▲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5월 26일 보도했다.
[김민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던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최종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위해 나의 계획(순전히 독단적인 나 자신의 계획)은 그(로켓맨)가 핵무기를 포기하면 평양에 맥도날드 레스토랑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김정은 없는 평양', 북한의 내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과 5월 중국 베이징과 다롄을 특급열차와 비행기편으로 '깜짝' 방문했지만, 싱가포르는 평양에서만 약 5000㎞ 떨어진 곳으로 이야기가 다르다.

신변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장거리 이동이 경호상 부담도 있겠지만, 핵심 지도부가 모두 자리를 비우는 동안 내치(內治)를 맡을 인물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할 경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카운터 파트너로 활약한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배석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회담 테이블에 배석한 바 있다.

또 외교통인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북미 회담 실무접촉을 담당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북미 정상회담에 함께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싱가포르에서 조 헤이긴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만나 실무협의를 진행한 '김정은 일가 집사' 김창선 서기실장도 함께 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조직지도부장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을 비우는 사이 내부 조직통제와 실질적 영향력 행사는 최룡해 부위원장이 역할을 맡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부재중일 때) 가장 큰 영향력으로 내부 통제 등을 역할을 하는 것은 최룡해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당 전원회의에서 권력 2인자 자리인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임명됐다. 당 조직지도부는 인사와 검열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당 중심의 북한체제에서 핵심 권력기구로 통한다.

또 최 부위원장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이자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최현의 아들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전부터 김정은 위원장을 보좌할 인물로 키워졌고, 김 위원장의 군부 개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군내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김수길도 최룡해쪽 인물로 알려진 만큼, 김 위원장의 평양 부재시에도 최 부위원장을 통한 군부 통제가 원활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과 지난 5월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 방문 당시에도 최 부위원장을 공식 수행원으로 대동하지 않고 평양을 맡길 정도로 최 부위원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부위원장은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중국 베이징 비공개 방문시에는 동행했는데, 이때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수행원 명단에 없는 것으로 봤을 때 김 제1부부장이 평양에서 내치를 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위원장이 3월 베이징 방문에 동행한 것은 김 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으로 의미가 크기 때문에 실력자를 직접 대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회담에는 배석하지 않았다.

노령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헌법상 국가수반으로서 통상적인 내치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상임위원장은 지난 2월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방남과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공식수행원으로 한 것을 빼고는 3월부터 5월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활동에 수행원으로 참가하지 않았다.

박봉주 내각총리 역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박 총리도 베이징과 다롄 방문 당시 수행원 명단에 들지 못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박 총리는 통상적인 시찰활동을 하고 경제정책 등을 돌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두혈통'이 모두 북미회담에 참석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최룡해 부위원장이 동행하고 김여정 제1부부장이 평양에 남는 경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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