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한 가운데, 북한 매체들이 관련 사실을 일절 보도하지 않아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31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만찬, 회담 등을 가지고, 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지만 북한은 3일 오후까지 이같은 사실을 일절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펼쳐지고 있는 북-미 실무회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 부위원장 역시, 몰려드는 취재진에겐 나흘 내내 침묵을 지켰다.

북한 매체들은 일반적으로 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해외를 방문할 경우 출발과 도착에 대해 짧게라도 보도해왔다. 2000년 10월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당시에는 출발하기 전부터 방미 사실을 매체를 통해 알렸고, 미국 도착 및 빌 클린턴 대통령 면담 등 활동상을 상세히 보도했다.

최근 들어 북한 매체들은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고위급회담 등 남북 간의 접촉에 대해서도 큰 시차를 두지 않고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또 북한 매체들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지난달 25일 담화, 5·26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알리는 기사 등을 통해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음을 주민들에게 알린 바 있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북한 매체들이 김 부위원장의 방미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그 속내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쟁점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차분하게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또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측이 여전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비핵화 해법 등 핵심 사안에 이견이 큰 만큼 방미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워 보도를 자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북한 매체들이 김 부위원장과 김 부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이후 관련 소식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매체들이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 부위원장과 김 부장이 보고한 미국 방문과 싱가포르 방문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판단했다는 뜻이 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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