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시청하는 시민들
시민과 누리꾼은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발표한 세월호 참사 대책 중 '해경 해체'에 주목했다. 구조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내놓은 섣부른 대책이라는 의견과 해경 내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체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담화 말미에 박 대통령이 흘린 눈물에 대해서도 정치적 제스처라는 비판과 진정성이 보인다는 옹호 여론이 엇갈렸다.

회사원 은소진(34)씨는 "현재는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라며 "대통령 담화에서 발표한 내용도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사고 수습 이후에 발표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경을 해체하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것이라고 우려된다"며 "조직 개편부터 얘기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담을 덜기 위한 액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대국민담화라는 거창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진심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정치적 퍼포먼스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비판했다.

취업준비생 윤지연(26·여)씨는 "대통령이 대책을 많이 내놓기는 했지만 정작 핵심적인 문제는 짚지 못하고 중구난방식으로 얘기한 것 같았다"며 "정부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반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경 해체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야지 무조건 없앤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조직의 명칭만 바뀌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에 재직 중인 신모(29·여)씨는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행정 조직 개편을 생각하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해경 해체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수학여행을 가서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수학여행 자체를 없앤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신씨는 "대통령이 눈물을 흘린 대목은 너무 정치적인 것 같다"며 "학생 이름을 호명하고 국민안전의날을 지정한다는 내용도 상징적이고 감성적인 호소"라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문모(27)씨는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대국민 사과'를 했어야 한다"며 "이번 담화에서도 본인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는 한 마디만 하고 결국 정부 조직 책임으로 돌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앞서 지적받았던 '유체이탈' 화법과 다를 바 없었다"며 "대국민담화가 끝나고 질문을 받지 않은 일방적인 모습도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담화에서 발표한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박 대통령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었다고 느낀 시민도 있었다.

대학원생 김승규(26)씨는 "해수부 소속에 있는 해경이 다른 경찰 조직과 고립된 구조상 부정부패를 많이 저지르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해경을 해체한 뒤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 등을 병행하면 나쁘지 않은 방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해경을 해체하는 것은 옳은 것 같다"면서도 "이런 대책을 내놔야 하는 자체가 안타깝다. 대처가 늦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가 한달 전 보다는 변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진정성 있었다"고 평가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번 담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박 대통령의 눈물이 기성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선거 전 여론 달래기 용'이라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보수적인 부모님과 오늘 텔레비전을 함께 봤는데 부모님은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두둔했다"며 "나이드신 분 중 오늘 대통령 담화문에 진정성이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좋아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사고 난 직후 유가족을 찾았을 때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불과 선거를 며칠 앞에 둔 이 시점에 흘렸다"며 "해경을 해체한다고는 하지만 내부 인력은 새로운 부처나 경찰 등에 흡수돼 탈만 바꿔쓰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아이디 @jin****는 "사고 수습도 안 됐는데 책임져야 할 총리는 미리 사표를 내 죽은 권력을 만들었고, 실종자가 18명이나 남았는데 대통령은 해경 해체를 발표했다"며 "대체 이 사고를 제대로 마무리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아이디 @kud********는 "해경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조직을 해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반면 트위터 아이디 @dre***********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이 늘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 해경 해체에는 동의한다"며 "어디부터 개혁해야 할 지 모르는 조직이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부정부패의 싹을 자르는 방법"이라고 했다.

트위터 아이디 @jg4***는 "박대통령의 눈물에서 연민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국가 개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직 개혁과 부패 척결, 안전 사회를 위한 정부 혁신에 전력을 다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트위터 아이디 @you********는 "박 대통령의 담화를 경청했다"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 전체가 반성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후세에 물려줘야 한다. 단원고 어린 학생과 그들을 구하려고 한 고인에게 삼가 명복을 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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