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보수의 마지막 보루인 대구가 6.13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또 다시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저녁 6시 기준으로 사전투표율을 잠정 집계한 결과, 대구시는 총 유권자 2,047,286명 중 336,422명이 투표에 참여해 16.43%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평균 사전투표율 20.14%보다 3.71%p 낮을 뿐만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이날 여·야 대구시장 후보들은 막판 유권자 표심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각 후보는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아직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잇따른 여론조사에서 '보수 철옹성'으로 여겨져 온 대구에서마저 변화의 조짐이 강하게 일자 당 대표까지 나서 지원 유세를 벌였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자신의 고향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서 사전투표를 한 데 이어 같은 당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도 주재했다.

임 후보는 추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대대적인 지원 속에 대구·경북 첫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 자리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임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와 함께 대구백화점 앞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고 "이번 기회에 대구도 바꾸자"면서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투표와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같은 당 표창원, 손혜원, 이재정 의원의 지원을 받아 관문시장, 삼성라이온스파크에서 표밭 갈이를 했다.

반면 '수성'에 나선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는 그동안 '꼬리뼈 부상', TV 토론회 등 이유로 원활하게 소화하지 못했던 거리 유세 횟수를 이날부터 크게 늘리는 집중 유세에 들어갔다.

권 후보는 오전 7시 성서 홈플러스 앞에서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떠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연 데 이어 모다 아웃렛, 사문진 나루터, 서문시장 등 6곳을 잇달아 찾아 유세활동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10일 대구 유세 일정이 전격 취소됐다.

경북 김천 유세 대신 잡았던 대구 방문 마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홍준표 대표는 지난 1일 포항과 구미를 찾은 이후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대구와 경북을 찾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은 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10일 예정됐던 홍준표 대표의 대구 방문은 취소되었다고 알렸다.

대구지역 민심이 홍 대표의 방문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홍 대표의 갑작스러운 대구 방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지역 후보들의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홍 대표의 대구 방문 일정이 몇차례 바뀌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 대표는 당초 10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뒤 칠성시장과 동대구복합 터미널에서 배광식 북구청장 후보와 배기철 동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기로 했다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배기철 동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를 취소했다.

대신 서문시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이후 다시 칠성시장 유세도 취소하고 서문시장만 찾는 것으로 했다가 최종적으로 대구를 오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자유한국당 한 당직자는 "홍 대표가 대구에 오면 표가 떨어진다는게 솔직한 후보들의 심정이다"며 "늦었지만 대구에 오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김형기 후보는 오전 7시 성서 홈플러스 앞에서 산행을 떠나는 시민들을 찾아가는 것으로 숨 가쁜 주말 일정을 시작했다.

김 후보는 이어 성서 계명대, 동성로, 김광석 거리, 강정고령보를 찾는 등 주로 젊은 층 유권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전날 김 후보와 나란히 대구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수구 보수'가 아닌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의 가치를 지켜줄 것을 촉구했다.

유 대표는 오는 11일부터 선거 당일 오전까지 대구에 머물면서 김 후보 등 지역 후보들을 막판까지 총력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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