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은표정의 안희정 전 지사
[신소희 기자] 안희정(53) 전 충남지사 '미투' 재판이 15일 시작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오후 2시 303호 법정에서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재판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 사항 등을 미리 논의하는 절차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비서였던 김지은(33)씨를 지속적으로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지난 4월11일 불구속 기소됐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올해 2월 해외 출장을 수행한 김씨를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에서 네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7~8월 다섯 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하고, 지난해 11월에는 관용차 안에서 도지사로서의 지위를 내세워 강압적으로 김씨를 추행한 혐의 등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김 씨에게 짧은 문자메시지로 ‘맥주‘ ‘담배’ 등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사오게 한 뒤 성관계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안 전 지사의 평소 업무 지시 방식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둘 간 성관계가 지사 직을 이용한 명백한 성폭행이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민주적이고 자연스런 관계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전날 재판부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를 수행할 때 안 전 지사의 기분을 절대 거스르면 안 되는 것은 물론 안 전 지사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업무 환경이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항상 자신의 요구사항을 짧은 단어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씨는 즉시 안 전 지사 의중을 파악해 요구를 충족시켜야 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안 전 지사는 4번에 걸쳐 김 씨와 성관계를 시도할 때마다 김씨에게 ‘담배’ ‘맥주’ 등 기호식품을 언급하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 김 씨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성폭행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떨어지는 ‘메시지 지시’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김 씨는 안 전 지사 수행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하루 업무시간은 새벽 4~5시부터 안 전 지사가 공관으로 퇴근할 때까지로 알려진 것과 달리, 안 전 지사 퇴근 후에는 자신의 업무용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전화가 모두 김씨 휴대폰에 착신되도록 해 놓았을 정도. 검찰은 ‘김씨가 안 전 지사와 관련한 각종 공적, 사적인 일을 평일, 공휴일, 주야간 불문하고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시 불이행은 감히 상상도 못해 그나마 성관계 시도 당시에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한 게 김씨가 할 수 있는 거절 의사의 전부였다는 판단이다. 안 전 지사는 이와 함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뿐 아니라, 집무실 등 업무 장소에서 기습적으로 김 씨를 추행해 ‘강제추행’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전 지사 측은 “추행 사실은 없고, 업무 지시 등은 민주적으로 이뤄졌다. 성관계도 합의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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