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가 잇따라 훼손되며 페미니스트 뜻에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다. 당사자는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지난 6일 신지예 후보 측은 5월 31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선거벽보가 게시된 이후 강남구 21개, 동대문구 1개, 노원구 1개, 구로구 1개, 영등포구 1개, 서대문구 1개, 강동구 1개 등 총 27개의 선거벽보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의 뜻은 여성 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 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을 말한다.

이어 계급, 인종, 종족, 능력, 성적 지향, 지리적 위치, 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을 의미한다. 이는 ‘비차별과 성평등’을 옹호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같은 뉴스는 ‘뉴스꺼리’도 아닌 채 잊혀졌다.

그리고 13일,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실패해 박원순 민주당 후보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2위는 한국당 김문수, 3위는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였다. 특히 1~3위 후보 득표수는 전체 95.5%의 비율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여기까지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결과이지만 4위에 오른 후보가 의외의 인물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페미니즘 후보'를 표방했던 녹색당의 신지예 후보가 정의당 김종민 후보를 누르고 4위에 오른 것이다.

신 후보의 4위 성적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원내정당인 정의당 민주당 애국당 후보를 모두 꺾었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렸다.

언론은 이를 주목했다.

신 후보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성평등 정책 공약을 제시했던 후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 현수막과 벽보가 수차례 훼손되고 한 유명 남성 변호사가 "개시건방진" "나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신 후보는 "선거 유세기간이 짧고 소수정당 후보라는 한계가 있어 기대했던 것보다 지지율이 적게 나온 것 같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페미니즘 정치의 포문을 잘 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녹색당은 세계적으로 정체성이 알려진 브랜드이자, 인물들의 매력도 다른 군소정당과 차별화됐다"며 "페미니즘은 미투운동 등으로 표출되듯 우리 시대 주목받는 메시지다. 벽보 훼손이 반발의 표현이라도 유권자들이 관심있는 주제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신 후보의 선전이 향후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다원화된 정당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도 분석된다.

장성호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은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우리 정당 구조가 깨졌다고 볼 만한 득표율은 아니다"면서도 "유럽 정당은 총기나 여성, 젠더 문제 등 이슈마다 선거캠프가 꾸려지는 등 차별성 있는 정당 형태를 보인다. 신 후보의 4위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우리 정치 지형도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다원화된 형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1990년 인천에서 태어난 신 후보는 2016년 총선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것을 시작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는 중학교 때 시작한 두발자유운동과 민주노동당 청소년당원 가입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비혼인 신 후보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 학교에 다녔으며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한국청소년모임 대표, 서울시 경의선 숲길 큐레이터, 녹색당 정책대변인, 서울시 청년의회 청년수당 분과 팀장 등을 지냈고 현재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 청년기업 '오늘공작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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