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장제원(사진 왼쪽·부산 사상구)의원과 강효상(비례·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 의원이 지난 11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홍준표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김민호 기자]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6ㆍ13 지방선거 및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홍 대표가 사퇴하면서 그를 보좌한 핵심 측근들의 책임론과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의 젊은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박민식 전 의원은 당협위원장 탈락에 대해 ‘新문고리 3인방’, ‘차도살인(借刀殺人·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을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홍 대표의 문고리 3인방은 홍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직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6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경남도 정무특보 출신 이종혁 전 의원을 지명한 데 이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 원장에 19대 대선에서 홍 대표 수행단장을 맡았던 김대식 동서대 교수(55)가 임명하는 등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인선을 발표하자 이때부터 당 내에서 ‘홍준표 사당화’, 홍준표식 ‘新 문고리 3인방’이란 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뉴시스>는 한 친박계 의원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홍준표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인 이종혁은 최고위원에 지명하고, 김대식은 여의도연구원장을 시키고, 해도 너무한다"며 "모든 인사에 자기사람 심기를 한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한국일보는 강효상 비서실장과 장제원 수석대변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이 홍 대표의 측근 3인방으로 당 내부에는 홍 전 대표를 보좌한 핵심 측근들의 책임론도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들의 행보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고, 이는 결과적으로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매체에 따르면 먼저 강효상 비서실장 책임론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그는 홍 대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선거를 치렀다. 선거 판세를 정확하게 읽고, 그에 맞는 고언을 해야 할 위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경우가 3일만에 취소된 홍 대표의 현장 지원유세다. 홍 대표는 공식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반발 정서를 감지하고 후보들의 요청으로 3일 만에 접었다. 당 대표가 소속 후보들의 요청으로 선거운동을 중단하는 사태로 선거운동 초반부터 체면을 구기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선거를 더 힘들게 했다. 이 대목에서 만약 강 실장이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 전국에서 올라온 현지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해 보고했다면, 당 대표가 3일 만에 현장유세를 중단하는 촌극은 애초부터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오히려 그는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뜬금없이 자신이 몸담았던 언론사 주필의 칼럼을 문제 삼아 그를 파면하라는 요구를 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강 실장의 돌발행동으로 공식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한국당에 대한 관심은 후보들이 아닌 강 실장과 해당 언론사에 쏠렸다. 강 실장 입장에서는 홍 대표의 캐릭터가 강하다는 이유를 댈 수 있지만, 비서실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이상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당에 오래 몸담았던 관계자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그는 사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보선에서 부산 해운대을 출마를 강행했다가 결국 패했다. 여의도연구원의 업무가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판세를 분석하는 등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의 부재는 단순히 선거 패배 이상의 결과를 가져 왔다는 얘기가 당 내부에서 나온다. 한국당이 여의도연구원 조사를 근거로 “외부 여론조사와 다르다”며 여론 왜곡을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외부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결과와 유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3월 경찰을 향해 ‘미친개’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된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장 수석대변인의 발언 논란은 당시 한국당 소속이었던 김기현 울산시장 수사에 들어간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타깃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하성 발언으로 경찰 전체와 척을 지면서, 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고 울산시장 선거도 졌다.

보통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 여의도연구원장은 한국당 대표의 핵심 측근들이 주로 맡는 자리라 홍 대표 퇴진과 함께 자연스레 이들도 당직을 내려놓게 된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는 점을 들어 “이들이 단지 당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면피가 되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탈당, 바른정당을 결성했다 복당한 의원 22명은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권성동·김성태·김영우·김용태·김학용·박순자·여상규·이은재·이종구·장제원·홍문표 의원 등 범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복당 후 당 요직을 맡아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 적극 협조했다는 점도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당의 ‘입’이라 할 수 있는 장제원·정태옥·홍지만 등 대변인단 역시 소위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논란 등을 일으키며 당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태흠 전 최고위원도 회의 도중 고성을 지르며 퇴장하는 등 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나경원·신상진·심재철·유기준·이주영·정우택 등 중진의원들도 지방선거 기간 홍 대표와의 잇단 권력투쟁으로 당 내분을 가속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진석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목숨을 잃었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대수·박덕흠·성일종·이종배 등 충청권 의원들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주자로 떠오를 당시 그를 따라 탈당을 저울질하다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던 게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동진(東進)을 막지 못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의원들도 책임론에 내몰리고 있다. 김무성·윤상직 의원이 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선거대책위원회 요직을 맡았던 김도읍·김정훈·유기준·유재중·이진복·이헌승·장제원·조경태 의원 등은 ‘부산시민의 뜻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이날 한국당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의 '마지막 막말'이 당을 벌집 쑤신 것 같다"며 "다음 총선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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