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이런 정당이 패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없어 보이는 보수, 막말 보수, 무능한 보수로 전락한 보수야당에 과연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옛 자유한국당) 출신 김형오 국회의장<사진>이 19일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을 향해 “선거 전부터 민의는 이미 ‘콜드게임’을 선언했다”며 이 같이 쓴소리를 토해냈다.

김 전 국회의장은 이날 ‘남덕우기념사업회’(회장 김광두)가 주관한 ‘대한민국의 보수: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릴 것인가?’ 세미나의 발제자로 나서, 자유한국당이 “전국정당은커녕 전통적인 텃밭마저 뿌리째 흔들리며 지역정당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번 선거 결과가 “보수야당의 자승자박”이라며 자유한국당의 죄목을 7가지로 정리했다.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한 죄 △권력의 사유화에 침묵한 죄 △계파이익 챙기느라 국민 전체 이익을 돌보지 않은 죄 △집권여당에 제대로 싸우지도 대응하지도 대안 제시도 못한 죄 △막말과 품격 없는 행동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한 죄 △반성하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죄 △희망과 비전을 등한시한 죄 등으로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과거 동안 보수가 전통적으로 우위를 점했던 국가 안보, 치안과 안전, 성장 등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정부, 보수정권에서 군대 안 간 사람이 너무 많았다"라면서 "그토록 강조한 안보를 위해 한국 보수정권은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유럽에서 치안과 안전은 보수정부가 진보정부보다 훨씬 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정부는 어땠나"라며 "세월호 사태가 일어나면서 정권이 흔들렸다. 위기관리시스템이 엉망이었다. 더 강화해야 할 해경을 해체하는 건 무능의 표본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켰다고 높은 점수를 줄 국민도 드물 것”이라며 “세월호 침몰에 쩔쩔매다가 정권 위기를 맞고 강화해야 할 해경을 오히려 해체하는 일이 보수정권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30년 동안 성장하면서 왜 그 뒤안길을 돌보지 못했나"라면서 "왜 빈곤층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지 못했나. 제대로 된 보수라면 사회 그늘진 곳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과 분배는 얼마든지 양립가능하다. 이를 이론적, 실천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보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면서 "민주주의의 기반은 중산층인데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동안 보수는 뭘 했는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기득권 포기를 요구했다. 중진들을 향해선 “깨끗이 던져라. 그것이 정치를 살리고 쓰러져가는 당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책임을 요구했다. 또 초·재선 의원에게는 “더 이상 주변 눈치 볼 것이 아니라 당 개혁을 위해 어떻게 몸을 던질 것인가를 고민하고 몸소 실천하라”고 주문했다.

또 “국민으로부터 참담한 심판을 받은 야당이 진정 새롭게 태어나려면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썩은 물에 새 물고기를 집어넣은들 물고기가 온전히 살기 힘들다”며 헌법 개정 및 국회·정당의 운영행태 등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 것에 대해 “아직도 카메라 의식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뒤늦게라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그게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14대부터 18대까지 부산 영도구에서 선출된 5선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이다. 18대 때 2년간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을 지낸 바 있다. 현재는 정계 은퇴 후 탈당한 상태이며, 부산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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