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에게 다른 이야기 안 하고 말 잘 듣는 충성스러운 80~90명의 의원만 당선되면 좋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박근혜의 영향력은 퇴임해서도 유지될 것이다. 다른 대통령하고 다를 것이다.”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자유한국당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이른바 ‘새누리당 공천 살생부’ 비화가 담긴 책이 나온다.

2016년 20대 총선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선거 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왔지만, 새누리당만 놓고 보자면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패배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진실한 친박) 논란, ‘옥새 투쟁’ 등으로 불거진 공천 잡음이다.

당시 한국당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인 장성철 전 보좌관은 오는 22일 출간되는 ‘보수의 민낯, 도전 2022’라는 책에서 ‘막장 공천’ 실상을 공개한다.

21일 장성철 전 보좌관의 책에 따르면 공천을 앞둔 2016년 2월 24일쯤 청와대와 당 사이 연락책을 자처했던 A씨(책에서 실명을 밝히지 않음)가 당시 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을 찾아왔다.

A씨는 청와대의 한 인사와 나눴다는 이야기를 김무성 의원에게 전한다면서 “청와대가 힘이 세다. 박근혜의 영향력은 퇴임해서도 유지될 것이다. 다른 대통령하고 다를 것이다. 청와대 말 안 들으면 ‘훅’ 하고 대표를 쑤시고 들어올 것이다”라는 등의 말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A를 통해 공천과 관련해 제안이 왔다는 것이다.

A씨는 ‘청와대의 뜻’이라면서 공천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의 명단을 불러줬다고 한다. 이른바 ‘새누리당 살생부’ 논란의 시작이었다.

살생부 지목 배경과 관련해 장 전 보좌관은 “김씨는 ‘이재오는 당과 정체성이 맞지 않아서, 조해진은 유승민 원내대표 때 원내수석을 했기 때문에, 김세연은 유승민과 친해서, 홍지만은 유승민 선거를 도와서’라고 어이없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책에 따르면 김 의원이 “아니, 이재오 의원이나 김용태 의원 지역구에 다른 사람을 공천하면 누가 경쟁력을 갖고 이길 수 있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그런 사람들 다 떨어지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른 이야기 안하고 말 잘 듣는 충성스러운 8~90명의 의원만 당선되면 좋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이 같은 내용은 ‘살생부’에 오른 정두언 전 의원에 의해 언론에 폭로됐다. 당시 정두언 의원이 김무성 전 대표에게 직접 들었다고 밝히면서 당시 친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책임론에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 사과와 함께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 저해 금지 등을 약속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저자는 “나는 저들의 인식에 경악했다. 사실 청와대에 찍힌 의원들 지역구에서는 이상한 낌새가 있긴 했다”며 “예를 들면 김용태 의원 지역 사무실 앞에서는 공천 논의가 진행될 때쯤에 ‘월남참전전우회’ 등이 와서 ‘김용태에게 공천 주지 마라. 물러가라’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저자는 “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보수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수 진영이 망가진 시발점은 청와대와 친박계가 초래했던 2016년 막장 공천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똑같은 잘못과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공천 비화를 비롯해 정치권 뒷 이야기, 보수세력 재건을 위한 조언 등도 나온다. 또 전당대회 준비·정당 창당 과정, 언론인을 대하는 원칙 등도 상세하게 담고 있다.

장 전 보좌관은 1996년 신한국당 당직자 공채로 정치권에 입성한 이후 20여년 간 당과 국회, 대선 캠프 등에서 핵심 실무자로 일했다. 김무성 의원 보좌관으로 10년을 보냈다. 최근 의원실을 그만둔 후 ‘정책센터, 공감과 논쟁’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보수 재건과 회복을 바라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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