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일본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5일부터 내린 기록적 폭우로 인한 사망자 수가 9일 현재 112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물폭탄' 속에서도 살아남은 시민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인근 둑이 무너지며 마비초는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며칠 전만 해도 멀쩡한 생활 공간이었던 4천600 가구가 물속에 잠겨버렸다.

 
히마와리 주변은 다른 작은 노인 요양시설이 많아 자칫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됐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시설의 노인들과 주변 주민 등 150명이 건물 3층에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이날 마이니치 신문은 히로시마(廣島)현 히로시마시에서 강물이 범람해 차량 채 물살에 약 1㎞ 휩쓸려갔지만, 이 와중에도 차량 내부에 숨쉴 공간 이른바 '에어포켓'을 찾아 살아남은 한 시민의 사연을 전했다. 

 
히로시마시 아키(安芸)구에 거주하는 61세 남성은 지난 6일 오후 차량으로 퇴근하던 길에 물살에 휩쓸렸다. 그의 차량은 자택까지 5㎞정도 남은 오르막길에 있었는데, 돌연 언덕 위에서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오면서 물살에 휩쓸렸다. 인근 강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그의 차는 1㎞가량 떠내려갔고, 차량 창문을 통해 흙탕물이 들어찼다. 차를 탄 채로 물에 빠진 상황이 된 것이다. 

그는 차량 내부에 물이 들어차면서 숨을 쉴 수 없게 됐지만, 머리 위로 손을 뻗어보니 천장까지 물이 들어찬 것은 아니었다. 머리 위로 어느 정도의 공간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필사적으로 얼굴을 들어올려 숨을 쉬었다.

 
잠시 후 그의 차는 하류 강둑에 걸렸다. 그는 이때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박차고 자력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그는 약 20년 전 아내를 여의고 두 자녀를 키워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흙탕물에 뒤덮이고 이제는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 때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30대 여성이 7살, 3살난 어린 두 딸을 차에 태운채 물에 떠밀려 갈 뻔했던 사연도 있었다. 자신들의 바로 앞 차까지 물에 떠밀려 내려가는 것을 목격한 이 여성은 "이제 글렀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이들만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튜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봉지에 공기를 불어넣어 아이들에게 들게 하는 등 사력을 다해 견뎠고, 3시간 가량 후에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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