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나누는 김태흠-김진태
[김민호기자] “불리할 때 한 번씩 이런 거 던져주면 진짜 앞뒤 정황, 사실 체크. 각자 판단도 없이 덥석 물고 미친 듯이 흥분하는 개돼지의 수준으로 우리 국민을 보고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군 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전시 계엄과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이라는 내부 문건을 공개한 것에 대한 강연재 변호사의 반응이다.

"민주당 좌파정부가 '기무사 해체'를 하려는 의도이거나 국정원 장악, 검찰과 법원 장악에 이어 군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뜯어 고치고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채우려는 의도이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 역시 최근 공개된 기무사의 '촛불 계엄령' 문건'을 두고 8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일부 의원이 지난해 3월 기무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촛불집회 탄압을 위해 계엄과 위수령을 검토하고 친위 쿠데타를 계획한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기무사 와해' 공작을 당장 중단하라"고 이같이 강변했다.

“우리 군의 입장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기각했을 때에는 시위가 더 격해질 수 있겠다고 해서, 청와대 습격이나 무력시위로 행정부처가 공공의 안녕을 유지 못하고 치안이 극도로 무질서해졌을 경우에 군이 취할 수 있는 비상조치를 검토한 것이다.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면 군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51) 역시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이른바 ‘위수령·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을 두고 “기무사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이같이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 ‘친위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한 데 대해선 “2008년도 광우병 사태하고 똑같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국방위원장을 지냈다. 

“기무사 보고서는 촛불집회에선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라 하고, 태극기집회에선 탄핵이 인용되면 내란이라 하니 어느 경우든 소요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는데 민주당에선 태극기집회 소리는 쏙 뺐다. 민주당의 논리라면 태극기집회도 탄압한 것이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강원 춘천)도 같은 날 개인 성명을 통해 “보고서에는 국민대다수가 계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래도 친위쿠데타 계획이냐”며 “이 대비책은 결국 대비책으로 끝났다. 소요사태에 편승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계엄의 요건, 절차를 검토하는 것은 군 당국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너 잘 걸렸다’ 하며 애꿎은 기무사를 해체하려고 한다. 간첩을 잡는 곳은 국정원과 기무사”라며 “문재인 정권이 국정원을 손보는데 기무사만 가만둘 리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군사기밀인 군내부보고서가 버젓이 유출되는데도 팔짱만 끼고 있는데, 속히 기밀누설자를 잡아 목적을 규명하고 엄벌해야 한다”며 “장관 좀 더 하겠다고 기무사를 해체할 순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박근혜 퇴진 1차 촛불시위’ 직후 계엄 대비한 시나리오 작성

이러한 가운데 국군기무사령부가 2016년 10월29일 열린 ‘박근혜 퇴진 1차 촛불집회’ 직후 ‘시위대의 청와대 점거 시도’, ‘대통령 하야·탄핵’, ‘대통령 유고로 계엄 상황 발생’ 등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담은 대외비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9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촛불집회 초기 단계부터 ‘계엄 선포 시 조치사항’ 등을 열거하며 계엄 상황에 대비했다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기무사의 ‘현 시국 관련 국면별 고려 사항’ 대외비 문건에는 1차 촛불집회 이후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이 담겨 있다. 문건은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퇴진 1차 촛불집회와 일주일 뒤 열린 2차 촛불집회 사이 작성됐다.

문건은 시위대가 청와대 점거를 시도할 경우,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될 경우, 대통령 유고로 계엄 상황이 발생할 경우 등 3가지 상황을 ‘최악의 국면’으로 규정하고 상황별 과거 대응 사례와 향후 대응 절차 등을 담았다.

문건은 시위대의 청와대 점거 시 대응 방안과 관련해 “2008년 광우병 논란으로 촛불집회 시위대가 청와대 진입 시도”라며 2008년과 당시 청와대, 군경 대응을 비교했다.

문건은 특히 수도방위사령부의 동정과 관련, “사령관이 11.2일 참모들에게 ‘현 상황 관련 군 대비계획’ 작성을 지시하였고, 11.10일 합참의장에게 관련 내용 보고 예정”이라며 “작성 방향: BH(청와대) 요도 + 위협분석 + 군 대응계획”이라고 밝혔다.

문건은 ‘대통령의 하야·탄핵 시’ 상황과 관련해선 이후 정부가 취해야 할 일반 절차 등을 소개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시 군과 기무사가 대비태세를 강화한 사례 등이 언급됐다.

문건은 “유고로 계엄 발생 상황 시” 일반적 대응 방안도 작성했다. “개인적 사유에 의한 유고 시에는 하야·탄핵 국면과 유사하나, 외부 불순세력에 의한 유고 시에는 계엄 상황 예상”이라며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계엄령이 선포된 사례를 설명했다.

계엄령 선포 후 군이 취해야 할 조치로 계엄사령부 설치, 행정·사법기관의 모든 사무 관장 등을 들었다. 계엄사령관이 해야 할 조치로는 “필요시 대통령에게 합동수사본부장(기무사령관) 임명을 건의”한다고 적었다. 합동수사본부는 계엄령 선포 시 정보 수집·분석 및 국정원·경찰·헌병 등 수사기관의 업무를 조정하는 기구로, 1979년 계엄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계엄 선포 전후 기무사가 취해야 할 조치도 문건에 담겼다.

계엄 선포 전에는 부대원을 비상소집해 비상사태 전환을 준비하고, 청와대·국방부와 계엄 필요성 및 합동수사본부 설치 여부를 논의하도록 했다. 계엄 선포 후에는 사령부를 합동수사본부로 재편성하고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중요 사건을 수사할 것을 적시했다.

기무사는 이 문건을 작성한 지 넉달 뒤인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이를 구체화한 ‘위수령·계엄령 시행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기무사는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 시위대의 반발로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상정하고 위수령·경비계엄·비상계엄 등 상황별 발령권자, 증원 부대의 지정과 배치 계획 등을 수립하고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무사 해체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편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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