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최저임금 의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의결됐다.
[이미영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7530원)보다 10.9%(820원)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오전 4시30분께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8680원 안과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8350원 안을 놓고 표결에 부쳤다. 8680원 안은 6표, 8350원 안은 8표를 얻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으로 확정됐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7530원보다 10.9%(820원) 인상한 것으로 지난해 인상률 16.4% 보다는 5.5%포인트 낮은 수치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 의결은 근로자위원 5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14명만 참석한 채 이뤄졌다.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이 부결된데 반발해 보이콧을 선언했고 전날 오후 10시께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 불참하겠다고 최종 통보했다.

사용자위원들이 빠진 채 결정된 만큼 이번 인상률을 두고 향후 반발과 후폭풍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류장수 위원장은 "노사 모두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경제와 고용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개선과 임금격차 완화를 도모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을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0.9%는 두 자릿수 인상률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과거 두 자릿수 인상률을 나타낸 것은 16.4% 인상했던 지난해와 12.3% 인상했던 2007년 두번 밖에 없다. 올해가 세번째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인 '2020년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2019년과 2020년 각각 15.3% 인상과는 차이가 있는 수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이 된 상황에서 '2020년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0년에는 19.7%를 올려야 한다. 경영계의 반발 등을 고려할때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인 만큼 '2020년 1만원 공약'도 멀어진 셈이다.

이번에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인상률을 결정하는 데 있어 최근 고용 부진 상황 등이 비중있게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류장수 위원장은 "고용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반영됐다"며 "지금 상황에서 이것(고용 부진)이 빠른 시일내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핵심 관계자들의 최저임금 관련 발언도 이번 결정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12일 "일부 업종과 연령층의 고용부진에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있다"며 "특정 연도를 목표로 하기보다 여러 경제상황과 고용여건을 신축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와 관련해 관행을 고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부 부처가 의견을 줄 수 있지만 본게임 시작전인 6월 이전에 의견을 다 제출하는 게 맞다. 정부 관계자나 언론이 최저임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굉장히 임박한 시점에서 얘기하는 것은 압박으로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 부총리의 발언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과정에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정부의 독립성 훼손 시도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도 "정부 경제부처 수장들까지 최저임금 결정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공공연히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며 공익위원들을 압박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불만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조속한 실현과 산입범위 개악에 대한 보완을 애타게 기대해온 저임금노동자들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총 추천 사용자위원들도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악화되는 고용 현실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고율 인상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루어진 것으로서 향후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심각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날 "경영계의 사업별 구분적용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별다른 대안도 없이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욱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소업계는 이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실제 지급주체인 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일체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영향근로자가 약 501만명, 25% 늘 것이며, 결국 현장에서는 업무 난이도와 수준에 상관없이 임금이 일률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영세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불이행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인건비 상승분을 원가에 반영해나가겠다는 점도 밝혔다.

연합회는 "사용자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뒤집혀진 운동장'에서 벌어진 최저임금위의 이번 결정은 잘 짜인 모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마저 상실한 '일방적 결정'에 불과하다"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연합회는 12일 선포한 '소상공인 모라토리움'을 흔들림 없이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19년도 최저임금과는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의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는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헌법에 입각한 '국민 저항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지불능력의 한계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요구를 무시한 채 관계당국과 최저임금위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불과 1년 만에 29%나 오른 최저임금은 월급을 주는 직접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며이라며 "과연 1년 만에 29%이상 매출이 늘어난 소상공인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관계당국에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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