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나누는 김성태-안상수
[김민호 기자]자유한국당 안상수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이 박찬종 아세아경제원 이사장과의 인연 때문인가 중립 위치에 있어야할 준비위원장이 비대위원장 후보 선정을 앞두고 당내 의원들에게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비판해달라는 '회유성 전화'를 걸었다는 증언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박 이사장은 김해 출신의 5선 의원으로 제14대, 15대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유력 정치인이다. 1997년 신한국당 제15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참여했으나 당내 기반이 취약해 중도에 경선을 포기했다. 당시 초선 의원이었던 안 위원장이 그를 지지했다.  

만약 안 위원장 개인 차원의 청탁일 경우 특정 후보를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지지하려 했다는 '중립성 위반' 시비가 붙을 전망이다.

또 안 위원장 배후의 비박계가 김 교수의 유력 경쟁자인 박찬종 전 의원을 지원한 정황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친박계가 반대 급부로 김 교수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당 비대위원장 후보에 오른 박 전 의원과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 김성원·전희경 의원 등 5명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당내 한 중진의원에 따르면 안 위원장은 지난달 30일경 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통화에서 "김 교수를 비판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후 지난 12일 안 위원장은 직접 김 교수를 비대위원장 후보 중 한 명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해당 중진의원은 14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 의원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거론된 것을 두고 항의하기 위해 안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안 위원장이 김 의원에게 '김 교수를 디스(공격)해달라'고 부탁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김 의원이 지난 1일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김 교수를 겨냥한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해당 글에서 "비대위원장에 노무현의 사람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고맙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반성을 해도 우리가 하고, 혁신을 해도 우리가 한다"고 밝혔다. 친박계인 김 의원으로 하여금 김 교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게 한 셈이다.

김 의원은 안 위원장의 청탁 전화 여부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친박계는 안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가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박계의 의중이 실려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중진 의원은 "아마도 비박계가 김 교수가 비대위원장으로 오게 되면 핸들링하기 어려우니까 미리 작업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통화에서 "하도 많은 사람들과 통화를 해서 당시 모 의원과 통화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회유성 통화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김 교수 비판을 부탁했으냐는 질문에는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5일 노컷뉴스는 "안 위원장의 의중에 대한 정반대의 해석도 존재한다. 강성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이 김 교수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친박계에 반감을 품고 있는 비박계로 하여금 김 교수 쪽으로 표를 유도했다"고 일각의 의견을 전했다.

안 위원장과 일부 의원 간 통화 내용을 전해들은 한 의원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낮게 보면서 "비박계가 김 교수 말고, 박찬종 전 의원을 원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안 위원장을 중심으로 박 전 의원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역으로 친박계에서 김 교수를 미는 기류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친박계가 비대위 인선과 동시에 김성태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직 사퇴를 촉구하는 와중에 비박계는 17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표결을 해서라도 비대위 인선을 강행할 조짐이다.

이처럼 비대위의 성격과 함께 선호하는 비대위원장 후보도 엇갈리는 등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김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몸싸움과 욕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사퇴요구에 직면했다. 비대위원장 선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더해질 경우, 사퇴론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및 잔류파로 분류되는 김기선·김도읍·김진태·김태흠·박대출·이장우·정용기 의원 등 7명의 재선 의원은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더 이상 반민주적 폭주에 끌려갈 수 없다"며 "김 원내대표가 당의 자멸을 조장하기에까지 이른 상황에서 당장이라도 김 원내대표는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의총에서 김 원내대표는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한 심재철 의원을 향해 '누드사진 옹호건'과 '특수활동비' 등을 언급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 자신을 제지하는 함진규 정책위의장과 복당파인 권성동, 황영철 의원 등과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극도로 흥분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수 "김성태에 비대위원장 최종 후보 선정권한 일임"

한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준비위원회 안상수 위원장은 14일 비상대책위원장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중단하고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최종 후보 선정권한을 일임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 중 일부가 여론조사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와 여론조사 실효성이 적어졌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초 준비위는 김병준·김성원·박찬종·이용구·전희경 등 5명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압축, 이들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일반 국민 50%, 당원 50%의 비율로 주말 동안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이 불참의 뜻을 표시, 여론조사가 무산되면서 비대위원장 선정의 공은 사실상 김성태 대행으로 넘어갔다.

한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 중 이용구 후보 등이 여론조사 참여에 난색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준비위는 김 대행에게 '오는 16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수렴을 한 뒤 비대위원장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해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당은 오는 17일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 최종 추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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