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가 19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유시민 작가가 강연을 하고 있다.
[김홍배 기자]국내 대기업 2·3세 경영자들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교한 유시민 작가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터넷 곳곳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덕분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 장관,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을 지낸 유 작가는 특유의 해박함과 소탈한 모습으로 포럼 참석자들을 만났다.

유 작가는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초청강연에서 "이번 제주포럼에서 강연한다는 사실이 기사화되면서 다른 수많은 곳에서 섭외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하느라 힘들다"고 했다. 청중들은 그가 유명인사임에도 불구하고 힘을 빼고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논란이 된 부분은 강연 후반부에 유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큰 기업의 2·3세 경영자들 가운데 김정은 만한 사람이 있느냐"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절대권력을 다르게 써서 바꾸려고 하지 않느냐, 그게 혁신이다"라고 했다.

“향후 30~40년간 누릴 수 있는 절대 권력을 물려받았지만 김정은은 권력 다르게 쓰려고 한다”고 한 유 작가는 “이런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젊어서 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한 유 작가는 “앞으로 30~40년간 절대권력을 누려야 하는데 나라 안에서는 왕 노릇을 하지만 정상국가 수반의 혜택을 못 누린 채 산다고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유 작가는 또 “북한은 체제 전환을 할 수 밖에 없고, 하고 있다”며 “핵을 끌어안은 채 가난하고 비참하게 사는 길과 핵을 버리고 좀 더 행복하게 사는 길 사이에서 고민해서 후자를 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유 작가는 남북교류에 기업인들이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교류는 산림녹화 사업과 산업 등 두 측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한 유 작가는 “산림녹화는 지금처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지원해도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북한이 개방하면 북측 경제개발구역엔 우리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고 한 유 작가는 “그 좋은 것을 왜 다른 나라에 뺏기겠냐”고 반문했다. “기업인들이 당장 노동당 간부 등도 만나게 될 것이고 산업 쪽에서 넓고 깊은 남북 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한유 작가는 “북한은 유소년이 많아 기술, 자본, 노동력을 결합해 경제권을 통합하면 저출산·고령화 난제를 푸는 데도 도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 작가의 의도를 선의로 받아들이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에 대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혁신하려는 국내 대기업의 2, 3세가 드물다는 것을 지적하려 했을 것이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의 일그러진 일면을 감안할 때 분명 수긍할 만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독재 공산국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사례로 든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의도는 이해하지만, 듣고 난 뒤 입맛은 쓰다.

한편 이날 유시민 작가는 “한·일 해저터널이 생기면 부산항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유 작가는 “한반도 종단 철도와 유라시아 철도 등이 이뤄지면 대륙간 물류에 엄청난 변화가 온다”며 “에너지만 해도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육로로 들여오면 석탄 등 철광석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 미세먼지 등 공해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재부각된 한·일 해저터널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일본까지 길을 연장하면 경제 지리학적 이점을 빼앗겨 부산항은 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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