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페이스북은 이제 더이상 방탄조끼가 아니다"

이른바 '팡(FANG)'으로 불리는 대표 기술주 가운데 하나인 페이스북의 주가가 26일(현지시간) 실적 우려로 19% 가까이 미끄러지면서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134조원 가량 증발, 시총 기준으로 미 증시 역사상 '하루 최대폭락'이라는 오명의 신기록을 세웠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전일 대비 18.96% 하락한 176.26 달러로 마감했다.

하락폭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기업 중 하위 2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였다.

이전의 최대 하락 기록은 닷컴 버블 붕괴로 2000년 9월 인텔 주가가 22%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910억 달러 증발했던 경우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 5월 18일 상장 이후 최악의 날을 보냈다. 지금까지 가장 큰 하락폭은 2012년 7월 기록했던 11%였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페이스북은 지난 25일 올해 2분기 매출이 132억3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톰슨 로이터의 예상치인 133억6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페이스북의 매출이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친 것은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또 3분기 광고 수익 예상치는 130억400만 달러로 시장의 전망치인 130억1600만 달러보다 낮아졌다.

경영 핵심 지표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유럽 지역 전세계 일간활동이용자(DAU)는 1분기 2억8200만명에서 2분기 2억7900만명으로 감소했다. CNBC는 사용자 감소가 5월 발효된 유럽연합(EU)의 새로운 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이후 페이스북 주가는 25일 시간외거래에서 24%나 떨어져 이날의 폭락을 예고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 불거진 데이터 유출 스캔들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의회에 소환되는 등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페이스북이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설립한 자회사의 승인이 중국 당국에 의해 취소됐다고 보도가 25일 나오기도 했다.

26일 종가 기준으로 페이스북 주가는 연초 대비 0.1% 하락했다. 이는 올들어 넷플릭스(89%), 아마존(55%), 마이크로소프트(28%) 등 기술주들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미 뉴욕타임스(NYT)은 전날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 등 잘못된 정보의 주요 배포자인 것이 드러났고, 최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파문으로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폭로되면서 저커버그 CEO가 의회에 출석해 사과까지 했던 페이스북이지만 지난 2년간 방탄조끼를 입은 것처럼 건재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실적 결과는 여러 악재가 쌓이면서 페이스북도 상처를 입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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