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에로쑈핑 스타필드 코엑스몰점 내부에 위치한 흡연실.
[이미영 기자]"금연장소에서 흡연할 수 있다는 로망을 콘셉트로 잡아서 지하철 2호선을 형상화 했습니다."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위치한 삐에로쑈핑 1호점 매장 내부에는 말 그대로 지하철 2호선을 그대로 본 딴 흡연장이 있었다. 카페도, 술집도 아닌 옷가게와 음식점들이 가득한 코엑스몰 깊숙한 곳 한 켠에 이런 공간이 자리 잡았다.

흡연장 근처엔 성인용품과 섹시 속옷 등이 진열됐다. 성(性)과 관련된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보수적인 느낌은 없다. 굳이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코끼리 팬티’같은 속옷도 ‘초섹시’라는 단어와 함께 당당히 진열돼 있다.

상품들과 함께 붙어 있는 ‘급소가격’이나 ‘갑오브값’이란 단어의 의미도 눈길을 끈다. 급소가격은 ‘들으면 누구든 헉 소리를 낼 것이다’라는 설명처럼 초특가 상품을 말한다. 갑오브값은 카테고리 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뜻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주목받은 삐에로쑈핑의 강점은 이런 부분이다. 유쾌한 방식으로 2030세대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 온라인 중심으로 모든 시장이 재편되고 있지만 젊은 세대의 ‘재미’를 추구하는 습성을 제대로 짚어낸다면 오프라인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마트는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픈한 '삐에로 쑈핑'에 하루 평균 1만명의 고객이 방문했다고 29일 밝혔다. 매출 역시 애초 계획보디 140%가량 초과 달성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88%가 중소기업과 중소형 벤더 상품이 구성돼 중소기업은 물론, 소형 벤더 상품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마트가 삐에로 쑈핑을 '쇼핑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매장' 콘셉트로 꾸민 덕이다. 한정된 매장에 4만여개의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는 압축진열 방식을 채택한데다, 대형마트와의 상품 중복률이 30% 미만이다 보니 기존의 유통 채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중소 협력사 상품들을 대거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실제 삐에로 쑈핑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존에 거래하지 않았던 중소기업과 중소형 벤더 업체 130여개를 추가로 개발해 상품을 입점했다.

더욱이 협력회사가 삐에로쑈핑 매장 콘셉트에 맞는 상품을 찾아 역으로 제안하고 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블, 스타워즈 등의 피규어를 납품하는 가이아코퍼레이션은 고가의 한정판 피규어 상품의 입점을 제안해왔다. 또 동물의상과 가면 등 코스튬을 납품하는 업체 신익도 엽기 발랄한 상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새로운 상품 샘플을 수시로 바이어에게 보내고 있다.

유진철 이마트 삐에로 쑈핑 BM(Brand Manager)은 "마땅한 판로가 없어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하던 중소 업체들의 상품을 매장에 대거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삐에로 쑈핑은 중소업체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소비자에게는 온라인 이슈 상품을 직접 보고 만져볼 기회를 제공하는 매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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