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이 머무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서울시 제공
[김민호 기자]‘옥탑방 고양이’ ‘옥탑방 왕세자’ ‘쌈 마이웨이’ 등의 드라마 속 옥탑방은 전망 좋고 공기 좋은 사회 초년생들의 꿈의 출발지나 로맨스의 무대로 등장하지만 실제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주거난에 시달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5만4000가구는 옥상(옥탑)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조사에 비해 5000가구 증가한 수치다.

전체 옥상 가구의 59.2%인 2만9000가구가 서울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우리나라 인구의 20%가량 모여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이같이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의 한명으로 꼽히는 박 시장이 정책 수립을 위해 1개월간 에어컨이 없는 서울 삼양동 옥탑방 살이에 들어간 것에 대해 정치권의 찬반 공방은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완전 신파 코미디”라며 “진정 서민 체험을 하고 싶다면 한 달이 아니라 임기 4년 내내 옥탑방에 사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팟캐스트 ‘안전빵빵’ 첫 회에서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그게 서울 시장이 할 일인가 싶다”며 “옥탑방에 사는 치열하고 고단함을 한 정치인의 체험으로? 그걸 세금으로? 정말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같은 방송에서 안형환 전 국회의원도 “(박 시장은) 한달 후면 전세 28억 집으로 돌아간다. 집이 있는 사람이 그 마음(옥탑에 사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바라보며 느끼는 좌절감 등)을 알 수 없다”며 “체험에 사용하는 세금 200만원은 따져볼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박 시장)는 늘 직접 겪으면서 해결 방안을 찾아 왔다”며 “이번 삼양동 옥탑방 체험도 도시 재생 정책과 관련된 그다운 ‘정책 수립 과정’”이라고 옹호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머무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서울시 제공
1일 세계일보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노무현 두 유력 후보는 ‘옥탑방’이라는 용어를 몰랐다. 하지만 이 후보는 옥탑방 문제로 적지 않는 타격을 입었다. 옥탑방 악연이라 부를 만 하다고 전했다.

그해 5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한 토론회에서 “옥탑방을 아느냐”는 질문에 난감한 표정으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가 맹공을 받았다. ‘귀족 후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가락시장에서 배추를 나르는 등 서민 친화적 행보에 공을 들이던 이 후보였다.

이 후보 측근들은 이 후보가 옥탑방이 뭔지를 알고는 있었지만 다른 뜻을 묻는 줄 알고 대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옥탑방으로 인해 ‘귀족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다음 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초대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옥탑방 생활 형태에 대해서는 얘기를 들어봤지만 용어 자체는 몰랐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옥탑방을 모르는 이 후보를 ‘위장 서민’이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던 당 대변인단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하늘이 내린 공격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측근들의 불만에 노 전 대통령은 “어제 이회창 후보 토론회를 건호(아들)와 같이 봤다. 그때 내가 옥탑방의 뜻을 몰랐다는 걸 건호가 아는데, 어떻게 알았다고 대답하느냐”고 답했고, 이러한 그의 정직함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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