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최고 기온이 39.6도를 기록하면서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송월동 공식관측소 내 모니터에 서울 기온이 표시되고 있다.
[신소희 기자]2일 서울의 최고기온이 39도를 기록하는 등 가마솥더위가 이어지겠다.

기상청은 이날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오르면서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29도, 인천 28도, 수원 28도, 춘천 25도, 강릉 26도, 청주 26도, 대전 26도, 전주 26도, 광주 26도, 대구 25도, 부산 26도, 제주 27도로 예상된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39도, 인천 37도, 수원 39도, 춘천 39도, 강릉 33도, 청주 37도, 대전 38도, 전주 38도, 광주 37도, 대구 38도, 부산 35도, 제주 32도 등이다.

앞서 1일 전국 각지에서 폭염 관련 기록이 세워졌다. 서울 낮 최고기온은 당초 기상청이 38도로 예상했으나 39.6도까지 올랐다. 또 강원도 홍천은 41.0도를 기록하며 공식관측소 기록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를 포함해 전국 16개 지역의 공식관측소 최고치가 경신됐다.

비공식 기록인 AWS(자동기상관측장비) 기준으로는 서울 곳곳에서 40도를 넘어섰다. 지점별 AWS에서는 오후 3시15분 강북구가 41.8도를 기록했다. 광진구는 40.0도까지 치솟았으며 중랑구도 오후 3시4분에 40.4도를 기록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대부분 지방은 35도 안팎의 낮 기온을 보인 가운데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공식관측소는 오후 4시에 41.0도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공식관측소 기록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종전 기록은 1942년 8월1일 대구 40.0도였다.

폭염의 기세가 등등한 가운데 미세먼지는 전 권역에서 보통~좋음을 나타내겠다.

바다의 물결은 전해상에서 0.5~4.0m로 일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열사병과 탈진 등 온열질환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폭염' 재난수준으로 관리한다더니…대책은 '전과동'

한편 정부는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재난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폭염을 재난으로 보고 대응체계를 '긴급폭염대책본부'로 확대 가동하고 있다. 현재 과(課) 단위에서 하고 있는 대응체계를 재난관리실 차원의 긴급폭염대책본부로 확대한 것이다.

정부는 독거노인, 노숙인, 쪽방촌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노인돌보미, 지역자율방재단과 관련 시민단체를 적극 활용하고 열대야에 따른 무더위 쉼터 운영시간을 연장하도록 조치했다. 농·어촌, 실외작업장 등 취약지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도 하고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 많이 나왔던 대책들이다. 폭염이 역대급인 만큼 피해를 겪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위 살인적인 폭염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료 부담이다. 지금의 폭염은 전기료 폭탄이 무섭다고 에어컨을 틀지 않고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폭염과 열대야로 잠을 못 이룰 지경이지만 서민들은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켜기가 겁난다.

지난 2016년 6단계로 적용되던 전기료 누진제가 3단계로 낮춰져 전기료 부담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폭탄급'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도 전기요금에 대해 제한적 특별배려를 할 수 없는지 검토에 나섰다. 하지만 전반적인 전기요금 인하가 어렵다면 일단 저소득층에 한해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불볕더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30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탈진 증세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지난해말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을 개정했다.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45분 일하면 15분 휴식시간을 주고 그늘막 등 휴식공간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지키지 않으면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된 1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 작업자들이 일손을 놓아 텅 비어 있다.
올해 6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옥외 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는 기온 35도 이상(폭염경보 발령)일때 오후 2~5시에는 긴급작업외 작업은 중지하도록 했다. 또 1시간 단위로 10~15분의 휴식시간을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휴식 공간은 그늘진 곳으로 햇볕을 완전 차단해야 한다.

공장 등 현장 작업자들에게 휴식시간은 권고사항일뿐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무용지물인 셈이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노조)이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토목건축 현장 조합원 2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76%가 '휴식시간과 식수, 휴식장소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점을 공지 받은 적 없다', 휴식을 취한 노동자들도 74%가 '아무데서나 쉰다'고 답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정부는 폭염 대책을 이행하지 않는 건설현장을 처벌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독한 폭염은 앞으로 더 자주 나올 가능성이 높아 대책도 재난급으로 마련해야 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29년 폭염사망자수가 99.9명에 이르고 2050년에는 261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폭염일수도 10.7일에서 20.3일로 2배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이제는 개인이 폭염에 대처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대규모의 피해가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고 있다. 폭염을 재난으로 명확히 명시하고 후속대책들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재난 수준의 폭염이 3주째"라며 "약자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당장 마땅지 않다. 너무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문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다. 원래 모든 재난은 약자들부터 먼저 공격한다. 지금도 전기료가 무서워 있는 에어컨도 안트는 분들이 많다"며 "국민에게 고루 도움이 될 방안이 있어야 한다. 방법을 찾겠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 더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