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중앙일보 캡쳐]
[이미영 기자]손에는 스피커도 이어폰도 쥐여 있지 않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이 사람의 손 끝에 투명한 필름 한장만 붙어 있을 따름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팀이 필름 형태의 ‘투명 스피커’와 ‘투명 마이크로폰(음성 인식장치)’을 개발했다고 4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 기기들은 은이 함유된 ‘고분자 나노막’ 소재로 이뤄져, 가볍고 투명하며 다양한 사물에 부착될 수 있다. 음성지문보안ㆍ로봇공학 등 여러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기술은 미국과학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국제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8월 3일 자에 발표됐다. 전기 전도성과 같은 기계적 특성도 기존 기기들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피커와 음성 인식장치를 투명 필름으로 만들어 냈을까.

매체에 따르면 핵심은 '은'에 있었다. 투명 기기들의 소재인 ‘나노막’은 나노미터(nm) 즉, 10억 분의 1m 두께의 매우 얇은 막이다. 고분자 나노막은 어디든 잘 달라붙고 무게가 가벼워 활용 가능성이 높았지만, 얇기 때문에 잘 찢어지고 전기전도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고 교수팀은 기존 고분자 나노막에 ‘은 나노와이어’를 함몰시켜 두 단점을 해결했다. 은 나노와이어는 전기가 잘 통하는 ‘전기 전도성’이 높은 소재다. 이를 이용해 은 나노와이어 그물 구조를 형성했고 결국 100nm 두께의 나노막에 전기를 통하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은의 투명한 특성 때문에 자연스레 ‘투명 나노막’이 됐다.

이들 투명 기기의 세 가지 장점은 가볍고 투명하며 기계적 특성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공학에 이 기술을 접목하면 로봇은 생동감을 부여받는다. 공동 제1 저자인 조승세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로봇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스피커는 사람의 입처럼, 마이크로폰은 귀처럼 쓰일 수 있다”며 “향후 목소리로 전자기기를 작동시키는 ‘음성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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