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백두산 북백두(북파) 정상에서 바라본 천지]
r김승혜기자]'살아 숨 쉬는 활화산' 백두산 천지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최근 중국이 백두산 천지 물속 수십 미터 깊이까지 들어가 탐사작업을 하고 그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최대 깊이 380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화산 호수인 백두산 천지. 천지의 수면은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물속의 상황은 좀 다르다.

지난 8월 첫날 백두산 천지의 또 다른 모습이 담긴 영상을 4일 보도한 SBS 영상에 따르면 고요한 수면과 달리 천지의 물속에서는 수많은 공기 방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바위틈 구석구석에서도 하얀 기포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이는데 사실 이 공기 방울은 마그마 가스의 주성분인 이산화탄소이다. 백두산이 지하에 활동하는 마그마를 갖고 있는 활화산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백두산이 폭발한 것은 지금부터 1072년 전인 946년, 지난 2016년에는 백두산 폭발이 유사 이래 가장 강한 화산 폭발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전까지는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이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보다 더 많은 황 가스가 백두산 폭발 당시 분출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백두산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났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12cm 정도 융기했다가 가라앉은 백두산이 2015년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섭씨 60도를 오르내리던 백두산 천지 주변 온천의 온도는 2015년 83도까지 오르며 뜨거워졌고 온천에서 채취한 화산 가스의 헬륨 농도는 일반 대기의 7배에 달했다. 여기에 크고 작은 지진까지 잇따르면서 전문가들은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그렇다면 백두산이 폭발하면 위력은 얼마나 될까?

946년 첫 폭발 당시 백두산의 화산재가 일본 홋카이도 지역에 5cm 넘게 쌓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 당시의 절반 정도 양의 황이 분출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봤더니 하늘을 뒤덮은 화산 분출물로 인해 석 달 만에 북반구 평균기온은 0.5도까지 낮아졌다. 평균기온의 0.5도 하락은 굉장히 큰 기후변화를 의미한다.

천여 년 전과 같은 규모로 폭발한다고 가정하면 그 결과는 더 끔찍하다. 반경 60km 이내 지역은 순식간에 용암과 화산재에 파묻혀 쑥대밭이 되고 폭발 후 8시간이면 울릉도와 독도까지 화산재가 흩날리게 된다. 백두산 천지 아래에 있던 고밀도 이산화탄소가 대규모로 분출하면 인근 반경 50km 일대의 주민은 질식사 등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실제로, 1986년 8월 21일 아프리카 카메룬에 위치한 칼데라호인 '니오스' 호수에서, 하룻밤 사이에 1700명이 사망하고 인근 동물이 모두 폐사하는 일이 있었다. 호수 밑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반경 25km의 사람과 동물이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화산 폭발의 조짐만으로는 폭발 여부, 폭발 시기를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귀로 듣고 흘릴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년간 발견된 화산 폭발의 조짐들. 어쩌면 백두산 폭발은 '설(說)'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