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안에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인상 시기와 폭을 저울질 중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요인들이 누적됐다"며 "자동차 정비수가 협상이 이달 중 윤곽이 나오는 가운데, 손해율이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일부 대형 손보사가 9월 또는 10월에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상 요인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약 20%로 예상되는 정비요금 상승이 가장 직접적 인상 요인이다. 이 때문에 연간 보험금 지급이 3천억원 늘고, 보험료에 2.9%의 인상 압박을 가한다.
국토교통부는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하면서 "국산차 수리비 증가로 2% 후반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험개발원의 추산을 인용한 바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약 600개 정비업체의 등급 검증을 이번 주 중 마친다. 이를 토대로 손보사들이 8천개 정비업체들과 개별적으로 수가 계약을 맺는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등급 검증을 마치면 8월 중 웬만한 업체들과 계약이 맺어질 것"이라며 "정비요금 인상을 보험료 원가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 1위 삼성화재[000810]를 비롯한 대형 손보사들이 먼저 정비요금 상승을 반영한 자동차보험료 요율 검증을 보험개발원에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올리면 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005830], KB손해보험 등 다른 대형 손보사들과 나머지 중·소형 손보사들이 시차를 두고 보험료를 따라 올린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정비요금 말고도 보험료 인상 요인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손해율 악화 역시 경영을 어렵게 한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정비수가 때문에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며 "폭과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KB손보 관계자는 "손해율 추이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며 "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1분기 말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2.6%를 기록했다. 적정 손해율 77∼78%를 웃돌았다. 2분기 말 손해율 역시 80%대 중반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7월 들어 교통사고가 급증했다. 사고가 1% 증가하면 손해율은 0.7∼0.8% 상승한다. 손보협회는 7월 말 손해율이 6월 말보다 6%포인트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손해율이 90%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삼성·현대·DB·KB 등 '빅4'에 한화손해보험[000370]과 메리츠화재[000060]를 더한 6개사 기준 7월 1∼26일 사고는 68만3천491건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올해 6월 1∼26일보다도 8.5% 늘었다.
지난해 7월 1∼26일 사고는 62만7천949건으로 전월 동기 대비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올해 7월의 사고 증가율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폭염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비요금 인상, 손해율 악화 외에 최저임금 인상, 병원비 지급 증가 등도 자동차보험 적자를 키워 보험료 인상을 압박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 대형 손보사 분석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일용임금이 5.6% 오르고, 그만큼 사고 때 지급되는 소득보상금(휴업손해, 상실수익액 등)이 늘어난다.
또 올해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 2∼3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자동차보험으로 청구되는 병원비가 연간 55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보험료 인상 압박 때문에 일부 중·소형 손보사는 이미 자동차보험 중 자차(자기차량 사고)담보의 요율만 소폭 올리는 등 미세 조정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손보사 고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압박이 7∼8%는 된다는 게 자체 판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최소 7∼8%의 절반은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합당한 사유로 보험료를 적정 수준 올리는 데 당국이 관여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2016년 말 이후 약 2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