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포럼 대표/한국수출입은행 사외이사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란 무엇이며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 우리는?

별이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을 보면 개인적으로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반면 세상사 근심과 걱정은 적어도 이 순간만은 사라진다. 왜 일까?

아마도 나의 작은 우주 상식에 답이 있지 않나 싶다.

우주의 행성의 수는 7 곱하기 10의 26승 이라 한다. (7뒤에 0이 26개) 천체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이 추산한 수치이다. 이 수치가 갖는 의미를 알기 쉽게 풀이하면, ‘지구상 모든 사막과 바닷가에 있는 모래알숫자 총합의 열배’이다.

최소한 100000000000 x 100000000000 x 10 = 1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의 공식이 나올 것이며 어쩌면 0이 몇 개 더 추가될 지도 모른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 마다 이 같은 행성의 수에 대한 상상과 우주속에 나의 존재를 생각함으로써 스스로를 힐링하곤 했다.

이 세상 살면서 누가 높고, 더 크단 말인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무슨 큰 의미가 있단 말인가? 서로 크다고 우쭐대는 모습은 완전 코미디 아닌가? 라고 힐책했고 ‘개개 하찮은 미물이 아닌가’, ‘큰 어려움을 왜 홀로 감당하려 하는가’ 라고 스스로 자문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긍정마인드를 구했다. 그리고 긍정적 체념을 통해 나 자신을 되찾곤 했다.

시간은 또 어떤 의미인가

우주의 무한함을 더욱 체감할 수 있는 역사적인 우주 비행의 사건들이 우리에게는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인 1977년에 보이저1호가 발사됐다. 보이저1호의 주 임무는 태양계 행성을 촬영해서 지구에 보내주는 것이다. 보이저1호는 무인 우주선이라 총알속도의 17배인 초속 17km(달까지 5시간 내외면 도달) 빠른 속도로 항진을 계속했다.

그처럼 빠른 속도로 비행하였음에도, 2013년에야 임무를 종료하였다. 1977년9월 5일 발사한 지 36년 만에 태양계 관측을 끝내고 지금은 무한한 우주의 심연으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열개도 안 되는 태양계 내의 행성을 비행하는 데 36년이 소요되었는데, 우주 전체 행성의 수와 거리를 생각해보면 우주의 무한함과 시간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 같은 무한의 우주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감당하기 힘든 고민에 빠진다는 것, 그리고 순간순간 스스로 자책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외로움이 존재한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막연한, 그 자체의 외로움...

그 형태는 기이하리만치 절망의 한 부분과도 같아서 상황과 처지에 따라 고독, 향수, 좌절, 시련, 비관..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이 같은 외로움을 ‘우주 속의 외로움’ 이라하면 상처난 마음을 조금은 위로받지 않을까 싶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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