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법원이 현행법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하거나 ‘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강간으로 보는 규칙’(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이 없는 한국에선 피해자 진술이 사실이어도 안 전 지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언급이 불씨를 댕겼다.

한국의 성폭력 범죄 수사와 재판이 피의자 중심적이라는 기존의 비판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논의 자체가 성 감수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에 검찰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과연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2심에서 안 전 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 침통한 표정의 안희정
16일 중앙일보는 다만 ‘사실오인’이 인정될 경우 2심에서 유죄가 되고,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주지법은 지난 2015년 중소기업 사장 A씨가 여직원과 단둘이 식사하면서 연봉 협상 등에 대해 언급하다가 성추행을 시도하고 자신의 차량 안에서 여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에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여성이 회식 중 추행당한 뒤에도 자진해 A씨의 차량에 탑승했고, 성폭행 이후 A씨의 차량을 타고 집으로 간 정황 등이 고려됐다.

또 피해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A씨가 보낸 문자에 ‘네’라고 대답한 점도 무죄 선고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A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성폭행 뒤 피해 여성이 옷을 추스르기도 전에 A씨가 차량 시동을 켜고 출발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어 “집에만 데려다 주겠다는 A씨의 말을 믿었다”는 피해 여성 진술의 신빙성도 인정됐다.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문자에 짧게 대답한 것”이라는 피해 여성의 해명도 재판부는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이런 내용을 그대로 확정했다.

한편 여성단체들은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를 1주일 앞당겨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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