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알파리츠
[이미영 기자]최근 잇따른 리츠 출시속에 조(兆) 단위의 초대형 리츠 상장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반 개인 투자자도 커피 한 잔 값만으로도 건물주가 돼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챙길 수 있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츠(REITs :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란 투자자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전문가그룹인 리츠 자산관리사(AMC)가 주택, 오피스빌딩, 리테일, 의료시설, 공장, 물류창고, 호텔 같은 부동산에 투자해 올린 수익을 주주에게 매년 배당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다. 증시에 상장된 리츠사의 주식을 사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5000원 정도의 적은 비용만 있어도 초대형 부동산에 투자해 개인들도 기관 투자자처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의 특성을 띤다. 또 다른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는 만기가 있어 원하는 시기에 현금화하기 힘들지만 리츠는 증시에 상장돼 있어 언제든 매매해 현금화할 수 있다. 동시에 상장 리츠는 건물 임대료, 관리비 등 공시 의무가 있는 만큼 오히려 부동산 펀드보다 더 투명하게 운용될 수 있다. 

리츠는 1960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후 유럽 등 선진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에는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제정되면서 뒤늦게 도입됐다. 초기만 해도 리츠는 적은 돈으로 대규모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특징 때문에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2011년 다산리츠가 대표이사의 횡령 및 배임으로 상장 후 1년도 안 돼 상장 폐지되고 골든나래리츠는 주가 조작이 드러나 리츠는 오랫동안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한국인들의 높은 부동산 투자 열기에도 국내 리츠 시장의 성장은 부진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기준 일본(2000년), 싱가포르(2002년) 등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한 이들 국가의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각각 122조원(GDP 대비 비중 2.2%), 66조원(15.7%)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1000억원(0.006%)에 불과하다.

또한 국내 리츠 시장은 일반 개인의 건전한 부동산 소액 투자 활성화라는 리츠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고액 자산가와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비상장 사모형 리츠가 다수를 차지한다. 올 상반기 말 현재 인가를 받은 리츠는 총 198개로 이중 일반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공모 리츠는 5개에 불과하다. 사모 리츠가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해 공모 리츠는 사모 리츠와 달리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일반인들에게 청약해야하고, 90%를 배당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공모 리츠에 대한 관심이 재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10월 신한리츠운용을 설립, 금융지주사 중에서 처음으로 리츠 전문 회사를 차렸다. 이어 지난 8일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 있는 '알파돔시티 6-4'와 서울 용산의 '더프라임타워' 등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호 상품 '신한알파리츠'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알파돔시티는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네이버, 네이버의 AR 카메라 앱 개발 및 운영사 스노우,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블루홀, 일본의 생활용품 체인업체 무인양품 등 우량 임차인들을 확보, 공실률이 제로다. 신한알파리츠의 기대수익률은 5년 평균 연 6.1%, 10년 평균 연 7.0% 수준이다. 

신한알파리츠는 상품 자체의 매력과 신한금융그룹의 판매망에 힘입어 1140억원 규모의 일반 공모에서 역대 공모 리츠 사상 최대 금액인 4927억원이 몰렸다. 동시에 4849명의 투자자를 모집해 4.32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최소 청약금액을 5만원(10주)으로 낮춰 1000만원 이하 소액투자자가 전체 청약자의 약 37%인 1785명에 달했다.

또 지난 8일 증시에 입성한 신한알파리츠는 증시에서 매매되고 있는 총 6개 공모 리츠 가운데 17일 현재까지 유일하게 공모가(5000원)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전 공모 리츠가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을 고려하면 리츠에 대한 관심이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까지 확산되며 변화가 일고 있다는 진단이다.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사장은 "지금까지의 리츠는 기관 투자자나 거액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이번 신한알파리츠의 성공적인 공모와 상장으로 국민 누구나 소액으로도 초대형 빌딩의 건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신한알파리츠의 성공은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참여한 진정한 의미의 공모를 실현한 데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 아울렛 시장점유율 1위 이랜드리테일이 매장 중 최상위권 매장인 뉴코아아울렛 일산점, 평촌점, 야탑점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리츠코크랩이 지난 7월 20일에 증시에 입성했다. 이리츠코크랩은 공모가(5000원)를 밑도는 4500원 안팎에서 매매되고 있지만 시총은 2900억원대으로 6개 공모 리츠 중 가장 크다.

국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도 오는 11월께 자산가치 총 2조원에 이르는 홈플러스 40여곳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증시 입성에 성공할 경우 국내에도 조(兆) 단위의 초대형 리츠가 등장하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를 위해 지난달 리츠 AMC인 한국리테일투자운용을 설립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한알파리츠를 시작으로 다양하고 우량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리츠 공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이라며 "좋은 투자 대상이 많아지면 리츠 투자 대중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달 리츠 활성화를 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계기로 리츠 상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리츠 활성화 대책에는 리츠 상장심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개발·위탁관리형 리츠에 대한 예비심사를 폐지하는 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리츠 활성화 대책이 지난해부터 시행될 것으로 기대됐는데 많이 늦어졌다"며 "부동산 투기 자금을 흡수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이루는 순기능이 많은 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하루 빨리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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