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포럼 대표/한국수출입은행 사외이사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지난 16일 오후 흥미로운 인문학 강좌가 열렸다. 우리시대 인문학의 세가지 키워드'란 주제로 고미숙 고전평론가가 강연을 했다.

이날 고 평론가는 '몸, 사랑, 돈'을 주제로 각박하고 여유가 없는 삶 속에서 잃어가는 자아에 대해 동의보감까지 인용하면서 그 답을 찾고자 했고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로 시야를 옮겨 자본주의(돈) 측면에서 인간의 탐욕과 사회구성 원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육십 대 중반에 접어든 내 또래의 친구들 모임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쓴 만큼이 내 재산이다!’

통계적으로 중산층의 경우 자기 재산의 30% 정도 쓰고 죽는다. 서울 어느 고등학교 동기회 소모임에 ‘다쓰회’가 있다고 들었다. ‘다 쓰고 죽자‘는 말인데 모임 이름이 멋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이들은 많은 재산 안 쓰고 물려주면, 자식들 간에 재산싸움이나 하니, 다 쓰고 죽자를 실천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매년 친구들과 해외 부부여행도 정례적으로 하고 시쳇말로 노후생활을 즐기는 것에 목숨을 건다 한다.

고대 그리스의 7현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아테네 출신 최초의 시인 솔론은 돈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자고 탐욕스러운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세상의 돈은 세 가지 형태로 우리 생활에 투영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죽은 돈이다.

은퇴자들이 '곶감 빼 먹듯이' 매달 꺼내 쓰는 돈이다.

이 같은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힘이 없고 무기력하다. 죽은 돈을 쓰고 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특징은 자녀들과 소통이 안 되는 경우 조마조마해 하면서 ‘죽은 돈‘을 만지작거린다는 것이다.

둘째, 살아있는 돈이다.

같은 은퇴연령층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손수 활동하는 경우이다. 비록 소액의 수익을 위해 몸을 쓰거나, 아파트 수위나 경비 등으로 근무하는 경우에는, 봉급날 친구들과 포장마차에서 담소를 하면서 소위 ‘막걸리 한잔’의 즐거움과 여유를 갖는다. 이들의 특징은 활기차다.

셋째로 미친 돈이다.

주식 등 투기를 통해서 얻은 돈이다. 이같이 횡재를 한 경우에는 주위의 또 다른 유혹에 빠지기 쉽다. 새로운 사업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새로운 사업이 실패하게 되는 경우에는, 예전 투기 성공의 경험을 되살려, 다시 주식 등에 투자하게 된다. 급기야 자신의 살아온 ‘신용’까지 팔아 올인하게 되고, 결국 미친 돈에 미쳐버리기 십상이다.

이들의 특징은 우리가 신문 사회면에서 종종 본다.

인생 백세시대에서의 돈, 건강과 함께 한번쯤 되새김질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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