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선거벽보 마감일
6.4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합중인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사이에 난데없이 선거벽보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 22일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나란히 선거벽보를 시내 곳곳에 부착했다.

정 후보는 하늘색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를 맨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색조에 후보의 얼굴을 강조하는 통상적인 선거벽보의 콘셉트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묻어나는 전형적인 중년신사의 모습이다.

박 후보의 선거벽보는 정 후보의 그것과는 크게 구분돼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후보 자신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옆모습을 드러내는데 얼굴 실루엣으로 간신히 이 사람이 박원순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전체 색조가 흑백인데다 요즘 날씨에 걸맞지 않게 외투차림에 머풀러까지 둘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뜻을 담은 노란리본이 두드러진 색조일 뿐이다.

여기까지는 차별화된 선거전략 차원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정 후보가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그는 22일 마포 구청장 선거 출정식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천만시민에게 자신의 앞 얼굴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분이 서울시장을 해서 되겠느냐"면서 "관상을 봐야 심성을 알수 있는 것인데 이런 사진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아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경쟁 상대의 선거벽보까지 후보자가 문제 삼은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입장에 따라서는 '외모논란'까지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었다.

박 후보측은 이 같은 지적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을 나눠 갖는 의미에서 후보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보다 정치인의 시대적 소명을 담아냈다고 반박했다.

굳이 후보의 옆모습을 드러낸 것은 선거벽보를 바라볼 시민들과 시선을 부딪치지 않고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캠프 관계자는 "물론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선거이고 정치"라면서도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는 공감과 위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랑은 연인끼리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란 말이 있다"며 "선거벽보는 시민의 곁에서 시민과 나란히 함께 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