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에 허위 내용을 넘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화 '백년전쟁' 감독과 프로듀서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백년전쟁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놓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친일파와 안중근·김구 선생 등 반일파의 전쟁이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9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지영(51) 감독과 프로듀서 최모(5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 참여 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 9명 중 각 8명과 7명이 김 감독과 최씨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김 감독과 최 씨는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이 전 대통령 관련 허위사실을 담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백년전쟁'은 2012년 11월 민족문제연구소 주도로 만들어진 동영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과 비위 의혹 등을 다루고 있다.

초점은 이 전 대통령이 비서 김노디와의 불륜으로 미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았는지, 사실이 아니라면 영화를 제작한 두 감독은 고의로 이 같은 내용을 넣었는지 여부에 맞춰졌다.

김씨 등이 2012년 제작한 영화에는 이 전 대통령이 192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맨법(Mann Act)’ 위반으로 체포돼 재판까지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맨법은 1910년대 만들어진 법률이다.
 
성매매 및 음란행위 등 부도덕한 목적으로 여성과 주(州)의 경계를 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이 전 대통령이 김노디와 시카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맨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져 기각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인수씨는 2013년 5월 사자명예훼손으로 김씨 등을 고소했다.

검찰은 ‘백년전쟁’의 내용을 맨법 위반, 독립성금 횡령 등 크게 6개 범주로 나눠보고 맨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4년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김씨와 최씨가 불구속 기소됐다.

다만 미국 박사학위 취득 과정, 친일 활동, 독립성금 전용 의혹 등은 사료나 보도 등을 통해 제작된 점을 인정해 불기소 결정했다. 이와 함께 임 소장은 영상물 제작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혐의없음 처리됐다.

검찰은 김 감독과 최씨에 대해 각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김 감독은 최후진술에서 "역사에 관심 있던 것도 아니고 한번 뜻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다큐를 만들게 됐다"며 "100% 치밀하게 검증했어야 한다고 비판한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잠재적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무죄를 호소했다.

최 씨도 "검찰은 공인된 사실일 때만 표현해야 한다는 기준으로 기소한 것 같다"며 "현대 다큐의 대세인 마이클 무어 감독은 작품을 만들 때마다 진위논란이 벌어진다. 우리 사회도 그런 과정을 겪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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