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결혼 이주여성 와타나베 미카(渡邊美香·57) 씨. 그의 한국식 이름은 이미향이다. 일본식 한자 이름(美香)에 남편의 성(李)을 따랐다. 88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강원 속초가 고향인 남편과 결혼해 성년이 된 자녀 둘이 있다. 그가 시집올 당시 양가 모두가 결혼을 반대했다.

그래도 결혼을 포기하지 못한 건 남편에 대한 사랑도 있었지만,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모습과 한국인의 애국심에 푹 빠져서다. 지금은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본어를 가르치며 이주여성 봉사단체인 ‘물방울나눔회’를 9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대통령 표창인 ‘올해의 이민자상’까지 받았다. 그런 미카 씨가 요즘 달라졌다. 지난달 31일 경기 부천에 있는 유한대 캠퍼스에서 미카 씨를 만났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대통령 표창을 받고 난 이후 2년 만이라고 했다. 건네받은 그의 명함에는 한국식 이름이 없었다. 전임 대통령 탄핵과 남북정상회담, 급변하는 대외환경 속에 그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한국의 고질적 병폐는 차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작금의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99% 입시위주의 교육이다.

철학이나 인성교육은 이미 지운지 오래다. 대학도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닌 취업학원으로 바뀐지 오래. 허울뿐인 대학 졸업장. 서열문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둘째, 극단적인 집단주의이다.

군생활, 회사생활, 모두의 의견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왕따되기 십상이다. '너가 그러고도 한국인이냐?'(난 군대도 갔다오고 세금도 다 냈는데...?)
혼밥, 혼술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혼자서 무엇을 한다는 것 자체를 싫어함을 넘어서 두려워 한다. 반대로 집단의 소속이 된다면 목소리가 커진다. 개인주의 = 이기주의'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셋째, 사기꾼들이 만연한 신뢰성 없는 나라이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사기꾼 기질이 만연하다. 폰팔이, 중고 차팔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심지어 먹는 것에 대한 장난질도 서슴치 않는다. 과대포장, 음식재활용, 원산지 눈속임 등 내 돈 주고도 도저히 믿고 먹을 수 없는 먹거리에 대한뉴스가 매일 전파를 탄다. 매사에 조심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뒷통수 맞고, 오히려 당한 놈이 멍청해서 잘못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가 통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넷째, 진로가 모두 획일화 된 나라이다.

초중고 대학 회사취업(혹은 전문직. 공무원)이 유일한 꿈인 나라. 이것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명절 날 어른들 얼굴보기조차 힘들어진다. 사회 자체가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다섯째, 체제에 불만을 가지면 '낙오자'로 낙인찍는 나라이다

한국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순간, '빨갱이', '찐따', '루저'로 표현하는 나라이다. 해외로 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은연 중에 매국노 취급을 받는다. 한국에서 도태된 쓰레기로 생각한다. 자신들과 다른 길을 가서 성공한다면 심각한 열등감을 느끼기에 질투심이 더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여섯째, 열등감의 나라이다

국가 자체가 다른 나라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을 좀 좋은 방향으로(국력이 상승하는 방향)으로 발현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타국을 까내리고 어이없는 국뽕을 취하게 한다. 일본에 대한 열등감, 애플에 대한 열등감으로 도배된 나라. 개작렬 국산제품을 강요하는 그놈의 '신토불이'문화. 신형 아이폰 출시 직전과 직후의 인터넷 뉴스에는 기레기들의 '아이폰, 혁신은 없었다.'라는 기사로 도배되는 건 거의 연례행사 수준이다.
 
일곱째, 인종차별이다.

'흑형', '흑누나'라는 인종 차별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며 실제로도 깜둥이, 바퀴벌레 등 인종차별이 상당히 심각한 나라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겪는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눈물 흘리며 슬퍼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국가이다. 성소수자, 장애인 등 여러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도 정말 많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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