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세 안국역 '사탕 할아버지'
서울 안국역 5번 출구 앞에는 오전 7시반부터 오후 2시까지 사탕을 파는 할아버지가 있다. 근처 회사원들은 '사탕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정성권(91) 할아버지의 또 하나의 이름이다.

안국역 주변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있어 할아버지, 할머니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사탕 할아버지는 그들과 좀 다르다. 중절모를 쓰고 운동화를 신은 채 사탕을 담은 리어커를 가뿐히 끄는 모습에서 힘이 느껴진다. 나이를 들으면 또 한 번 놀란다. 1923년도에 태어나 올해로 91세란다.

다음은 정 할아버지와 일문일답.

- 왜 사탕을 파는지.

"원래부터 사탕을 판 것은 아니었다. 젊을 때는 가락시장에서 야채 도매상을 했지만 10년 전쯤 그만뒀다. 그후로 종로3가에서 모자를 포함한 잡화를 팔았는데 큰길에서 팔지 못하게 되면서 이쪽으로 오게 됐다. 술, 담배를 안 하는 노인은 보통 사탕을 먹는다. 지나가는 젊은이들도 사탕을 가끔 사간다."

- 하루에 얼마나 버는지.

"하루에 사탕 30~40봉지를 팔아 1만5000원 정도 번다. 사탕을 담아 이동하는 리어카 보관료는 한 달에 10만 원이다. 그렇게 일하면 매달 30만 원 안 되게 버니 용돈까지는 아니고 필요한 데 쓰는 정도다."

정 할아버지를 오다가다 지켜본 김영석(78) 할아버지는 "중절모를 써서 그런지 90살이 넘은 줄 몰랐다. 그런데도 사탕까지 팔고 계시는 것을 보니 건강하시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실제 나이(91세) 보다 무척 건강해 보이는데, 건강 비결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담배는 아예 피우지 않았고 술은 50대 중반 이후로 끊었다. 하지만 이보다 가장 큰 건강 비결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음식이 당기지 않아 거르기 일쑤다. 하지만 나의 경우 저녁만 안 먹어도 배고파서 견딜 수 없다. 잘 먹어야지 건강할 수 있다."

"세끼 꼬박 챙겨 먹는데 아침 식사는 밥과 찌개를 먹고, 점심에는 고기를 도시락에 싸와 먹는다."

- 고향은 어디신지.

"6ㆍ25전쟁 직전에 남한으로 넘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고향은 황해도 황주군 흑교면 흑교리다. 반세기란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향 생각이 난다. 평양에 놀러 갔던 기억도 생생하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70세만 되도 무언가를 꿈 꿀텐데 90세를 넘으니 많은 것을 놓게 된다. 무언가를 가지고 싶거나 이루겠다는 욕심보다는 지금 하는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100세까지 사탕을 팔며 지금처럼 살고 싶다. 다만 고향에 가고 싶긴 한 데 이루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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