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김민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52년 2월 2일생으로 올해 67세.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41년 12월 18일생으로 올해 나이 78세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11살 차이가 난다.

111년만의 더위가 찾아온 올 여름,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의 구치서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올여름 거의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잠에서 깼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쓰는 12㎡(3.2평) 크기의 독방에 설치된 선풍기 한 대가 50분 돌고 10분씩 멈췄기 때문이다. 선풍기가 가동되지 않는 10분 동안 열대야 더위에 허덕이며 잠을 설쳤다는 것이다.

6일 조선일보와 법무부에 따르면 그동안 여름에는 취침 시간부터 구치소나 교도소의 각 방에 선풍기를 틀다가 다음 날 새벽 3시쯤 일괄적으로 전원을 껐다. 그런데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밤새 선풍기를 틀되, 50분 가동하고 10분 끄는 방식으로 규칙을 바꿨다. 선풍기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 때문에 10분간 가동을 중단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본지에 "이 전 대통령이 선풍기가 꺼질 때마다 잠에서 깼다고 하더라"며 "고령인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된 한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50분, 10분' 룰은 전국 구치소·교도소의 모든 방에 똑같이 적용됐다. 경기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더위 등으로 잠을 이루기 힘들어했다고 한다. 이른바 '범털'(거물급 피의자)들이 머무는 방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지난 정권의 한 차관급 인사는 최근 변호사에게 "선풍기 바람이 있다가 없어지면 그게 그렇게 고역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구속 수감 중인 전 정권의 한 장관급 인사의 변호인은 "선풍기가 켜져 있는 50분 동안 살짝 잠들었다가, 선풍기가 꺼지면 일어나서 찬물로 씻고 다시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고 들었다"며 "고령의 수감자들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6일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구형이 이뤄진다.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기 시작한 첫 정식공판(5월23일) 이후 105일 만, 구속영장 발부(3월22일) 후 167일 만이다.

 
박근혜, 비교적 잘 적응

반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두 번째 여름을 맞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지만 대체로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 시사위크에 따르면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더위를 타지 않았다. 그가 자유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당시 ‘박근혜의 입’으로 불렸던 전여옥 전 의원의 주장이 그랬다. 전여옥 전 의원은 과거 종편 방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아 회의할 때 힘들었다”면서 “상황을 모르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청렴하다고 칭찬했지만 사실 그냥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을 선풍기와 찬물 샤워로 버텨냈다. 독방 내 화장실에서 세숫대야와 물통에 물을 담아 몸에 끼얹은 뒤 선풍기 바람을 쐬는 식이다. 올해는 구치소로부터 2~3일에 한 번씩 얼음물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최악의 폭염에 선풍기도 마음껏 켤 수 있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풍기에 의지해 독서로 여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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