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홍배 기자]"벌어지지 않은 혼란 상황을 가정해 친위 쿠데타를 치밀하게 계획했다"

지난 7월 군 인권센터가 군이 계엄 주체가 됐고 대통령이 가담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한 계엄령.

이 계엄령을 2016년 10월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관련 검토 지시가 있었던 정황을 포착해 군 특별수사단이 수사하고 있다고 14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국가안보실 소속 실무 장교에게 2016년 10월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시 계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앉혀도 괜찮은지’ 등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특수단이 실무 장교의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기무사 계엄령 문건(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과 관련된 지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3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에도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한다고 돼 있다. 통상 계엄사령관은 합동참모본부 의장(군 서열 1위)이 맡도록 돼 있다.

당시 이 실무 장교는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나 합참 법무실과 업무 협조를 하지 않고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특수단은 실제 이 지시가 있었는지와 지시가 있었다면 ‘로키(low-key·이목을 끌지 않고 은밀히)’로 검토가 진행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특수단은 김 전 실장의 이 같은 지시가 사실이라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2016년 10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희망계획’이란 이름으로 계엄령을 논의했다. 합수단은 ‘희망계획’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남북한의 계엄령 선포를 검토한 것이라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특수단은 김 전 실장의 지시가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계엄 검토와 관련이 있다면 통상 군 내 관련 부서와 업무 협조를 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도 무리하게 계엄을 유지시키는 방안을 알아보라고 한 것도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정상적인 계엄령 선포와 거리가 멀다고 특수단은 판단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