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이명박(77) 전 대통령과 김기춘(79) 전 청와대 비서실장, 신동빈(63) 롯데 회장이 다음달 5일 동시에 '심판의 날'을 맞는다.

같은 날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20대 총선 개입 혐의 항소심 공판이 시작되면서 두 전직 대통령과 기업 총수 등의 재판은 한날 잇따라 열리게 됐다.

◇이명박, '다스 실소유 의혹' 1심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남용하고 사유화하는 등 권한을 행사해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벌금 150억원과 추징금 111억4131여만원도 함께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349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횡령하고,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삼성전자로부터 다스 소송비 67억원 상당을 대납하게 하고 재임 기간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7억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 등으로부터 공직임명 등을 대가로 36억여원 등 총 110억원대 뇌물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 3402건에 이르는 대통령 기록물을 불법으로 유출해 영포빌딩에 은닉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공소사실은 총 16개에 달한다. 이중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의 경우 최대 법정형량이 무기징역(또는 10년 이상)이다. 이중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총 9개로 금액이 110억원대 육박한다. 횡령 등 그밖의 혐의들도 형량이 무거운만큼, 법조계 안팎에선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량에 가깝게 선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부여된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와 언론에 139페이지 분량의 자료집을 제출했다. 해당 자료집에는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소문이 억측을 낳았고 실소유 주장은 직원들의 추측"이라는 취지의 내용 등이 담겼다.

◇김기춘 등 '화이트리스트' 1심 선고도

같은 시각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는 311호 중법정에서 김 전 실장 등 9명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선고 공판을 연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2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전경련을 상대로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총 23억8900여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실장과 함께 기소된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2015년 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31개 단체에 35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014년 9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국정원 특활비 총 4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결심 공판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행복과 복리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부여된 권한을 남용했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4500만원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가면서 구속 기간이 만료돼 지난 6일 석방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김 전 실장은 이날 징역형이 선고될 경우 석방 29일 만에 다시 구속된다.

◇신동빈 '국정농단' 2심 선고…석방 쟁점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회장의 2심을 선고한다.

검찰은 "신 회장은 한국 롯데 경영의 전반을 책임지는 회장으로서 회사의 이익을 저버리고 일가의 사익을 우선시했다"며 신 회장에 대해 징역 14년에 벌금 1000억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신 회장은 롯데 일가에 500억억원대 부당급여를 지급하고,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몰아주는 등 회사에 1천300억대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앞서 신 회장은 뇌물 혐의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날 2심 선고 전망도 밝지는 않다. 지난달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명시적 청탁은 없었으나 돈이 오간다는 공통 인식은 있었다"며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상황인만큼, 신 회장도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공천개입' 항소심 첫 재판…불출석할 듯

한편 같은 날 오전 10시45분에는 박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1차 공판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 전인 2015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친박' 인물들이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경선에서 유리하도록 공천관리위원장 후보 관련 지시를 하는 등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특가법상 뇌물)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특가법상 뇌물·국고손실)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아 현재 총 징역 기간이 33년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현재 모든 재판에 보이콧하고 있어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및 공천개입 혐의 국선변호인으로 한문규(39·변호사시험 1기) 변호사를 지난달 9일 직권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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