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0억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영 기자]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4300억원대 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2년에 벌금 73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부영그룹 임원 9명에게는 각각 2∼7년의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영 계열사인 주식회사 부영주택에는 21억7천만원, 동광주택에는 1억7천만원의 벌금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은 이중근 회장이 회사 자산을 이용해 축재하고, 법을 무시하고 회사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것"이라며 "최근 수년 사이에 유례없는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고, 다수의 서민에 막대한 고통을 안긴 사건"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중근 회장을 정점으로 한 부영그룹은 명백한 법률과 판례를 무시하고 임대주택에 거주하길 원하는 서민의 주머니를 털었다"고 비판했다.

또 "단순히 이 회장 개인에 대한 단죄를 넘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사적 이익만 추구하면 어떤 책임을 지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도록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부영주택 등의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불법으로 분양가를 조정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방법 등으로 4300억원대 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법인세 36억2000여만원 상당을 포탈하고, 일가에서 운영하는 부실계열사의 채권을 회수할 목적 등으로 임대주택사업 우량계열사 자금 2300억원을 부당 지원하거나 조카 회사에 90억원 상당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22일 이 회장을 구속 기소했지만, 법원이 지난 5월 이 회장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왔다.

한편 이날 부영 임대아파트 임차인대책위원회는 이중근 부영 회장의 결심 공판을 앞두고 “부영으로부터 재산을 착취당했다”며 호소문을 냈다.

성남부영 임차인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43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부영그룹에 대한 결심 공판에 앞서 임대아파트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건설 당시 부영은 우선 분양 권리와 함께 원가 분양을 약속했지만 만기 분양전환 시점이 오자 현시세 분양가격으로 분양하기 위해 건설원가를 부풀렸다”며 “매년 5%의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도 인상했다”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부영이 12~14%의 연체료를 강요해 대출까지 받아왔지만 임차인들에게 명도소송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통을 주고 있다”며 “공공임대사업자라는 양의 탈을 쓴 부영으로부터 재산을 착취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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