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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무기수 18년 만에 재심...그녀는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
신소희 기자  |  roryrory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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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3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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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신혜씨 사건과 관련해 2015년 11월 18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한 가운데 김씨가 구치감에서 나오고 있다.
[신소희 기자]“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가석방과 감형을 포기하고 재심을 택한 건 제가 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가 지난달 28일 친부살해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18년째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무기수 김신혜(41)씨에 대해 재심을 최종 확정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3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확정은 사법 사상 처음이다.

◇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김신혜(당시23세·)씨의 사건은 지난 2000년 3월 7일 오전 5시 50분께 전라남도 완도의 버스 정류장에서 한 남성(52)이 본인의 집에서 7㎞가량 떨어진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깨진 방향지시등 차량의 잔해물 등이 발견돼 교통사고 현장처럼 보였고 이에 사건을 맡은 완도경찰서는 당초 이 사건을 뺑소니 교통사고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체에서 출혈은 물론이고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타살된 후 교통사고로 위장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국과수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뜻밖에도 약물로 인한 사망으로 드러나 타살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시신에서는 혈중 알코올 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ml이 검출되면서 경찰은 누군가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고 3월9일 새벽 0시10분께 이 사건의 용의자로 큰 딸 김신혜씨를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김신혜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는 성추행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경찰은 사건 발생 두 달 전인 2000년 1월께 이복 여동생으로부터 “아버지에게 강간 당했다”는 말을 들은 김신혜씨가 자신도 중학생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해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살해 목적은 ‘사망 보험금’이라고 밝혔다. 김신혜씨가 사망한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신혜씨는 아버지의 보험금을 노리고 이날 새벽 1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성추행한 친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 30알이 든 술을 ‘간에 좋은 약’이라고 해서 마시게 한 후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 중 아버지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 숨진 아버지를 내려놓은 뒤 교통사고처럼 꾸며 현장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당한 이유로는 보험금, 성추행 뿐 아니라 김신혜씨의 고모부가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는 김신혜씨의 자백을 들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알리바이 부재, 보험 내역, 범행 동기, 시나리오, 그리고 그녀의 자백 등 모든 증거들도 김신혜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 (사진=SBS)
◇ 영장 없이 진행한 압수수색, 폭행 그리고 강요

경찰은 “김신혜씨가 자기 발로 걸어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신혜씨는 “폭행, 폭언 등의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를 받았다”며 “사건 당시 범행을 자백했지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자신이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했을 뿐 아버지를 살해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고모부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난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고, 고모부에게 자백한 적도 없다. 밤 11시 20분께 고모부는 저를 불러서 ‘네 동생 종현(가명)이가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 네가 자백하지 않으면 동생이 큰일난다’라고 말했다 그 뒤 저는 고모부 집으로 끌려갔고, 내 뜻과 상관없이 경찰서로 간 거다”고 주장했다.

김신혜씨의 말대로 이 사건은 의문투성이였다. 김신혜씨가 들었던 보험은 이미 3개가 해지된 상태였고, 아버지의 장애 사실을 숨긴 채, 이른바 고지의무위반을 했을 경우 3년이 지나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또한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그녀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에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전문가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독실아민 13.02㎍/ml는 진술조서에 나왔던 30알이 아닌, 적어도 100알을 넘게 먹었을 경우 검출되는 수치였다.

이렇듯 김신혜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1심과 2심, 대법원에서는 보험금을 목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신혜씨는 복역하면서도 줄곧 “파렴치범이 된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겠다”며 결백을 호소했으며 아버지가 사망하더라도 가입 2년 이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아 살해 동기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신혜씨는 모든 진술이 경찰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며 가석방도 포기하고 재판을 다시 받게 해달라고 호소해왔다.

지난 2014년 재심 청구소송 담당 박준영 변호사가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촬영한 영상 속에서 김신혜씨는 이렇게 말한다.

“(A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 앞에 놓더니 (지장을) 찍으래요. (내) 머리를 탁탁 치고 뺨을 막 때리면서, 빨리빨리 찍으래요. 나는 멍해서, 이런 말을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나는 (당신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했죠. 경찰이 (내 손가락에) 인주를 묻혔고, 내가 (손을) 뒤로 빼니까 내 손을 잡아서 (지장을) 찍은 거예요. 그러고선 서명을 하라고 닦달했어요. 머리 때리고 뺨 때리면서”

사건 당시, 수사 경찰이 영장 없이 김신혜씨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폭행과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한 정황과 수사과정에서 억지로 현장 검증을 시켜 범행을 재연하게 한 점도 드러났다.

   
▲ (사진=한국일보 캡쳐)
재심 개시 절차에만 3년을 끌어온 끝에 김씨는 대법원의 최종 결정까지 받아 친부의 죽음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다투게 될 전망이다.

법원은 수사 과정의 위법성만 문제 삼아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지만 유ㆍ무죄 공방은 불가피하다. 김씨 변호인들은 재심 청구 단계에서 ▦김씨의 아버지 살해 여부 ▦김씨 아버지의 성추행 여부 ▦다액의 보험금 수령 목적 여부 등 김씨의 무죄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다수 제시했음에도, 법원은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심 개시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씨에 대한 형 집행정지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김씨의 재심 공판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한 재심 청구였기 때문에 1심 재판을 맡았던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리게 된다.

재심 또한 검찰과 피고 한쪽이라도 불복할 경우, 항고가 가능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받을 수 있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회 전 회장은 “재심사유에 관계없이 재심공판이 시작되면 실제로 김신혜씨가 아버지를 죽였냐, 죽이지 않았냐에 대한 공방이 매우 치열할 것”이라며 “이 경우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든 불복할 가능성도 커 3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재심 청원 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무기수 김씨가 제2막에서 극적인 법정드라마를 쓰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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