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오너가 비리' 혐의로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영 기자]재벌 총수에게 1심에서는 실형을 선고한 후 2심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풀어주는 이른바 ‘재벌 3·5법칙(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나는 것)’이 이번앤 낮은 단계(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로 통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5일 신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앞서 1심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경영비리 사건의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씨가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추가 지원했다는 혐의를 1심과 똑같이 인정했다.

재판부는 "청탁의 대상인 면세점 재취득이라는 현안이 존재했고, 박 전 대통령이 현안 자체와 자신의 권한을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대가성을 인식하며 7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뇌물을 공여해 국가가 추진하는 정책이 공정할 것이라는 사회 일반과 국민 신뢰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먼저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고, 불응할 경우 기업활동 전반에 불이익을 받을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며 "의사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 책임을 엄히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롯데 외에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한 그룹이 여럿 있었고,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개인적 이익을 도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데다 지원 전후로 면세점 정책이 롯데에 특별히 유리하게 집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경영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는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줬다는 일부 배임 혐의를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총수 일가에 공짜 급여를 지급했다는 횡령 혐의에는 1심과 달리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는 것을 용인했을지언정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을 바꿨다.

유죄로 인정된 배임 혐의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책임이 무겁고, 수동적으로 가담한 것에 불과해 책임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판단했다.

한편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롯데그룹은 선고결과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한 대부분 최고 임원들이 재판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다.

최상의 결과인 무죄를 받아들진 못했지만 신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그룹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돌고 있다. 

롯데그룹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그동안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나가는 한편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걱정 속에 묵묵히 일해야 했던 임직원들 위로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중심추 역할을 했던 비상경영위에 감사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가장 먼저 실천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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