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의 재판장인 정계선(49·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가 5일 소신대로 전직 최고 권력자에게 공평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 판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국민의 기대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려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1995년 10월 37회 사법시험에서 수석 합격을 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소신을 23년 후 실현한 셈이다.

당시 그는 5·18 사건과 제6공화국 비자금 문제 처리를 지적하며 "법조계가 너무 정치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법대로라면 전직 대통령의 불법 행위도 당연히 사법처리 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정 부장판사의 '누구든지 법대로' 원칙은 이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재판 초반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를 이유로 증거 조사 기일엔 법정에 안 나오겠다며 '선별 출석'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정 부장판사는 "증거 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는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사법 절차 내에서는 피고인인 이 전 대통령 '지위'를 확인시켰다.

또 "피고인께서 법질서나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다. 피고인이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선고 당일인 이날도 이 전 대통령이 선고 공판에 나오지 않자 "출석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 정계선 부장판사는 누구?

정 부장판사는 충주여고 출신으로 1993년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에 열성을 보인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졌다. 사시 합격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인권 변호사인 고(故) 조영래 변호사를 꼽기도 했다.

사법연수원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정 부장판사는 1998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행정법원, 서울남부지법 판사 등을 거쳐 헌법재판소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2013년∼2014년 울산지법 형사합의부장을 맡으며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사건의 1심을 맡았다. 당시 검찰이 적용한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로 징역 15년을 선고해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법부 내 엘리트 코스로 평가받는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서울중앙지법에는 지난 2월 정기 인사 때 전보됐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부패 전담부 재판장을 맡았다.

법리에 밝고 원칙에 충실한 강직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법원 내에선 재판부 구성원들에게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소통을 중시하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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