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강훈 KH컴퍼니 대표
[이미영 기자]지난 2017년 7월 오후 커피전문점 1세대 경영인 강훈(49) KH컴퍼니 대표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유서는 없었고, 경찰 측은 "강훈 대표가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금전적으로 힘들어했고 23일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강훈 대표는 1992년 신세계백화점에 공채 입사해, 1997년 스타벅스 한국 론칭팀에서 일했다. 강훈 대표는 경영 노하우를 배우며 커피 사업의 잠재력을 발견했고,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스타벅스 국내 런칭이 무기한 연기되자 회사를 나왔다.

강훈 대표는 1998년 김도균 현 탐앤탐스 대표와 '할리스커피'를 공동창업했다. 할리스는 5년만에 매장 수를 40개까지 늘리며 승승장구했다. 강훈 대표는 2003년 할리스를 CJ플래너스에 넘긴 후, 2008년 카페베네 창업주와 손을 맞잡고 업계에 복귀했다.

2008년 1호점을 낸 카페베네는 업계 최초로 500호점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강훈 대표는 싸이더스 iHQ의 정훈탁 대표와 파트너 계약을 맺고, 일부 로열티와 지분을 주는 대신 소속 연예인을 광고홍보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스타마케팅을 진행했다.

강훈 대표는 카페베네를 퇴사하고 2010년 KH컴퍼니를 세운 후 2011년 '망고식스'라는 주스·디저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강훈 대표는 2016년 4월에는 '커피식스', '쥬스식스' 등을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했다.

하지만 망고식스는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2014년 말부터 매장 수가 축소됐고 적자를 냈다.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지만 거부됐고 그는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택했다.

 
◇ 마약에 '먹튀'까지

이미 마약복용 혐의로 적발돼 지탄을 받았던 오세린 전 봉구스밥버거 대표가 가맹점주들 몰래 회사를 팔아넘기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성공한 프랜차이즈 신화가 몰락의 길을 걷는 사례들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준비없는 성공'이 만들어낸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많은 가맹점들의 생계가 연관돼있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개인 사업으로 영위하던 시절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 만큼 경영진에게 충분한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주 불거진 주먹밥 프랜차이즈 봉구스밥버거 사태는 무책임한 경영진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주먹밥 노점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오 전 대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밥버거가 인기를 끌면서 프랜차이즈로 확장해 불과 4년여 만인 2015년에 950여곳의 가맹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오 전 대표는 2015년 5월부터 216년 10월까지 수차례 마약을 투약하고 지인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당국에 적발되면서 지난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켜 가맹점들에 타격을 입혔다. 결국 가맹점은 현재 600여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그러던 중 가맹점주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지난달 초 봉구스밥버거를 네네치킨에 매각한 사실이 한 달 만에 드러나면서 먹튀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오 전 대표는 가맹점들의 포스(POS)단말기 교체와 관련해 위약금을 책임지기로 했지만 회사 매각 뒤 잠적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불안감이 고조돼있다.

오 전 대표는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가 드러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갑작스러운 젊은 날의 성공을 담을 그릇이 아니었고, 순간 일탈로 이어졌다. 그 순간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면서 "길고 깊게 자숙하는 모습 보이겠다"고 했지만 결국 제대로 된 반성 없이 수백 명의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만 셈이다.

이 같은 프랜차이즈 경영자의 모습은 과거에도 불거져왔다.

▲ 고개숙인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전 회장
한 마리 가격에 치킨 두 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운 치킨 프랜차이즈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로 인해 네티즌들의 불매운동 기류까지 확산되면서 애꿎은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에는 채소·과일 전문 프랜차이즈인 총각네야채가게의 이영석 전 대표도 가맹점주들에게 욕설과 폭력, 금품 상납 요구 등 갑질을 했다는 가맹점주들의 폭로가 나오면서 경영에서 손을 뗐다. 가맹점주들은 이 전 대표가 점주 교육에서 욕설을 하고 따귀를 때리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프랜차이즈 CEO들의 행태로 인해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되는 가맹점주들이라는 것이다. 본사 경영진의 일탈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되면서 생계를 걸고 창업한 점주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프랜차이즈 CEO들이 기업을 개인 점포 수준으로 운영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인식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조그만 매장에서 시작해 단시간에 성장했지만 자신의 사업과 연결된 많은 가맹점주들이 있다는 것을 잊고 개인의 전유물로 치부하기 때문에 이런 사례들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7일 업계 관계자는 "경영에 대한 준비 없이 갑자기 사업이 확장되고 단시간에 부를 얻게 되다보니 기업가정신 없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 것 같다"며 "프랜차이즈 사업 경영진 스스로가 가맹점주들의 생존과 직결돼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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