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만 기다리는 검찰 '속수무책'

▲ 실형 산 경험 있는 유병언, 도피생활 계속 될 듯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44)씨에게 현상수배를 내린지 벌써 엿새째지만 이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서울 신도 집을 거쳐 전남 순천까지. '신출귀몰'한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유 전 회장 부자에게 검찰이 속수무책을 당하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를 체포하기 위해 검찰 청사에서 밤을 새우고 쪽잠을 자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검찰 설명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16일 유 전 회장이 소환에 불응하자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동시에 유 전 회장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수원에 수사관 수십 명을 보내 주변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하지만 보란 듯이 다음날 오후 신도들 차량에 숨어 금수원을 빠져나갔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또 서울의 구원파 신도 집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적에 나섰지만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찰은 다음날 금수원 일부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유 전 회장을 큰 소리로 부르면 대강당 2층 침실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볼 수 있으니 한번 불러보라"는 금수원 관계자의 조롱까지 들어야했다.

검찰은 또 지난 19일 유 전 회장 부자가 금수원 인근 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급습했지만 신병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정점에 있는 유 전 회장의 신병 확보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후 검찰은 유 전 회장 부자에 대한 현상금을 걸고 공개수배에 나섰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씨에 대해 각각 5000만 원과 3000만 원의 현상금을 걸고 전국에 지명수배전단을 배포했다. 또 유 전 회장 부자를 검거하는 경찰관에게는 1계급 특진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후 검찰은 이들에 대한 현상금을 각각 5억 원과 1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형사범에 대한 현상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이 사이 유 전 회장은 순천까지 내려가 송치재휴게소 인근 은신처에서 한 동안 머물렀다. 검찰은 마찬가지로 이곳을 덮쳤지만 허탕이었다. 굳이 성과라면 유 전 회장과 도피생활을 함께 한 30대 여성 한 명을 붙잡은 것이다.

또 여수에서는 유 전 회장이 탄 차로 추정되는 승용차를 뒤쫓은 경찰이 놓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제보만 기다리고 있는 검찰이 유 전 회장보다 매번 한 발 늦은 탓에 뒷북만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수사의 정점에 있는 유 전 회장 신병 확보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수사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정당한 법 집행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도피를 택한 유 전 회장 부자와 제보만 기다리고 있는 검찰간의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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