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의 지하 탱크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신소희 기자]17시간 만에 진화된 고양 저유소 화재. 9일 경찰에 따르면 20대 스리랑카인 A씨가 날린 풍등은 저유소 주변 잔디밭으로 떨어졌다. 경찰은 이 불씨가 잔디밭에 옮겨붙었고, 저유소 유증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가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폭발 사고는 A씨가 풍등을 날리고 10분~20분 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요약하면 그 풍등이 300m를 날아가서 휘발유가 잔뜩 들어 있는 저장고 밑에 깔린 잔디에 불이 붙었고 그 잔디에 불이 붙는 것만으론 저장고에 불이 옮겨붙지 않는 건데 하필이면 거기에 뚫린 환기구에 불똥이 쏙 들어가가지고, 골인을 해가지고 휘발유에 불이 붙었다는 얘기다.

이 기막힌 확률의 화재로 휘발유 260만 리터가 태워졌다. 주유소 100곳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양으로 돈으로 치면 44억 원어치가 된다.

▲ 저유소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풍등
그렇다면 우연히 날린 풍등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인가?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이날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가능성은 다분히 있다. 물론 그게 축소 모형실험이라든지 좀 더 정밀한 조사에 의해서 최종 확인되겠지만 일단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풍등이라는 게 불씨다 그런데 저장 탱크 바로 인근에 보통 수 미터 이내에 유증기 통기관이라는 게 있다. 그 통기관이라는 게 저장소 내에 있는 유증기를 외부로 배출시켜서 저장 탱크를 안정화시키는 그런 기능을 하는 건데...(중략) 
정말 운이 나쁘게 그 아주 가까운 위치에 풍등이 떨어지게 되면 거기서 유증기가 배출되는 상태에서는 그 불씨가 아주 작다 하더라도 심지어는 스파크 같은 그런 작은 불똥도 유증기에 떨어지게 되면 그게 바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까 풍등의 작은 불도 그 인근에만 떨어졌다라고 하면 충분히 그게 발화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같은 우연이 일어날 확률에 대한 질문에 "확률적으로 보면 홀인원 한 상태에서 골프공 꺼낼 때 또 번개에 맞을 정도로 확률이 굉장히 낮은,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방을 위한 대책에 대해 "특히 중동 같은 경우도 유전에 불이 붙으면 심지어는 며칠 또는 몇 달까지도 그걸 끄지 못하고 그냥 태워서 진화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 사실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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