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구하라와 남자친구 폭행사건 등 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헤어진 애인을 ‘XX녀’라 부르며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리벤지 포르노(비동의 유포 음란물)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일관하던 기존 법원 태도에 비하면 이례적인 판결이다.

같은 날 검찰 역시 피해자 식별이 가능한 경우 구속 및 징역 구형을 원칙으로 하겠다며 엄벌을 예고했다고 11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산지원 김도형 판사는 10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별한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성행위 영상 등을 ‘XX녀’라는 이름으로 19차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불법 촬영물을 피해자의 지인 100여명에게 유포하고, 추가 공개를 예고하는 등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김 판사는 양형 사유에 “보복할 목적으로 연인관계 및 부부관계에 있을 때 촬영한 영상물 등을 유포하는 것은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로서 피해자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삶을 파괴하고 앞으로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그 피해가 심대하다”고 리벤지 포르노의 심각성을 직접 언급했다.

하급심이긴 하지만 리벤지 포르노라는 명칭과 그 폐해를 직접 언급한 법원 판결이 잇따르는 추세다. 리벤지 포르노는 지난해 8월 16일 김 판사가 불법 촬영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B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면서 처음으로 판결문에 등장했다.

B씨는 평소 짝사랑하던 여성 집에 폐쇄회로(CC)TV 앱이 깔린 휴대폰을 설치해 2주간 불법 촬영한 뒤, 피해여성에게 “네가 동영상을 봐야 정신 차리겠냐, 내가 원하는 건 너야”라는 메시지와 함께 성관계 사진을 전송하며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까지 총 4건의 재판에서 리벤지 포르노가 직접 언급됐으며, 모두 실형이 선고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7,446명 중 징역형을 받은 피고인은 647명으로 8.6%에 불과했다.

한편 구하라 사건과 관련해 20만명의 청원 동의를 돌파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은 극심한 2차, 3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해자 대부분이 집행유예 처분으로 풀려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범죄 근절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열린 혜화역 불법 촬영 관련 시위에는 전국 곳곳에서 모인 6만 여명의 여성들이 “불법촬영 규제법안 시행”, “리벤지 포르노 범죄 처벌 강화” 등 여러 구호와 피켓을 들고 사회에 분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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