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1억 수수(뇌물 혐의가)가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 자살하겠다”던 최경환(63) 자유한국당 의원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수수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뇌물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최 의원 측 변호인은 11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뇌물 등) 항소심 1차 공판에서 "1억원을 받은 건 이 자리에서 인정한다"며 "하지만 뇌물이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변호인은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지금까지 기재부장관이 예산 편성과 관련해 장관급의 다른 사람에게서 뇌물을 받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며 "1심 판결은 피고인(최 의원)이 1억원을 받은 것 같긴 한데 왜 부인하느냐에 대한 선입견에 근거를 두고 법리와 증거에 대한 검토 없이 내려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 측은 1심에서 '정치적 부담'에 혼자서 책임을 떠안기 위해 사실관계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 교감에 의한 지원으로 저희는 알고 있다. 거기에 책임 떠넘기거나 끌어들이기 비판(을 의식했고), 용처 등에 관해 국회 원내 여야 지도부나 다른 동료 의원들에 대한 여러가지 씀씀이, 활동에 대해 낱낱이 드러내면 정치 도의적으로 감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 자리에 와서까지 그냥 숨기고 간다는 것 자체가 도리에도 안 맞는다고 봤다"며 "설령 더 큰 비난이 있다고 해도 사실관계는 밝히고 저희가 왜 그 돈을 지원받게 됐는지, 왜 뇌물이 아닌지 적극적으로 항소심에서 변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1심 때는 돈을 받은 적 자체가 없다고 부인해왔다. 그는 지난 4월 재판에서 2014년에 국정원장이었던 이병기(71) 전 원장이 자신에게 1억원을 줬다고 밝히자 잠시 말다툼을 벌이기까지 했다.

당시 이 전 원장은 "부임 전 댓글 사건 등으로 국정원 예산 줄인다고 난리가 났었다. 그래서 가볍게 (최 의원에게) 전화를 했다"며 공여 배경을 밝혔다.

이 전 원장은 "이후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예산이 (국정원 제출안대로) 통과될 것 같다,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국회 예결위, 기재부 같은 곳에서 식사들이라도 할 수 있으나 격려를 하면 어떤가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최 의원에게 뇌물을 줄 군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 의원이 나한테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게 아니다. 제가 잘못 판단했고, 그래서 최 의원에게 인간적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박근혜정부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2014년 10월 국가정보원 예산안 관련 편의제공 명목으로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이 전 원장으로부터 특활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최 의원은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최 의원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5년과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5년 예산 편성 당시 국정원이 전년 8962억원에서 518억원 증액된 9480억원 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했고, 기재부 요구에 따라 최초액의 99.5% 수준인 9434억원으로 수정한 후 국회에 제출돼 확정됐다는 점에서 최 의원과 이 전 원장 사이의 1억원이 직무 현안 대가라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2심에서 "피고인은 기재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뇌물을 수수했다. 당시 3급 이상 공무원이었다"면서, "이런 가중요소를 무시하고 오히려 권고형량 하한인 징역 7년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다. 1심 형량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1심 때 징역 8년·벌금 2억원·추징금 1억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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