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출근하는 고 노회찬
[김홍배 기자]“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유서에 적힌 4000만원은 정당한 강의료였으며, 특검이 회유해 별도로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노 전 의원 측에 줬다고 허위 자백을 했다”

드루킹 김동원 측이 이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드루킹은 2016년 3월 노 전 의원 측에 5000만원을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허익범 특별검사팀 측은 “노 전 의원 측에 총 5000만원의 불법자금이 흘러갔다는 증거가 있고, 드루킹을 회유한 적도 없다”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특검에 따르면 드루킹 측은 그해 3월 7일 경기도 파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노 전 의원에게 2000만원을 기부했고, 같은 달 17일에는 노 전 의원의 부인 김 모 씨를 창원 지역에서 만나 3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드루킹도 특검 조사에서 “경공모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마련한 돈을 실제 노 전 의원 측에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11일 중앙일보가 입수해 보도한 드루킹 측 의견서에 따르면 김 씨는 특검 조사 말미에 이를 번복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드루킹은 “기본적으로 노 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검이 회유하는 바람이 전달하지도 않은 5000만원을 노 의원 측에 줘버렸다고 덜컥 거짓자백을 해버렸다”며 “결국 특검은 허위진술에 의존해, 그것도 5000만원 중 일부를 직접 받아갔다는 노 의원 부인은 조사 조차 하지 않고 기소했다”라며 허익범 특검 팀을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허익범 특검 측은 강력히 부인했다. 특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피의자에게 약점 잡힐 일 있느냐. 전혀 회유한 사실이 없고 드루킹의 진술에만 근거해 기소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전 의원 유서에 적힌 4000만원의 정확한 의미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계좌추적 등 수사를 통해 총 5000만원의 자금 전달 흐름이 나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의원의 부인을 조사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당시 노 전 의원은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고 조사도 받지 않은 상황이었다. 부인부터 조사한다는 건 순서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특검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 소식이 들려오자 지난 7월 “드루킹에게 4000만원을 받았지만 청탁은 없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고인은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글을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한편 때늦은 드루킹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노 전 의원의 사망으로 자금 전달의 실체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드루킹 측이 노 전 의원 유서의 증거 능력과 함께 특검 수사를 뭉개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드루킹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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