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복 이미지와 '부자연한' 미소의 보우소나루
[김민호 기자]극우 성향인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3)가 라틴 아메리카 최대 경제국가브라질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정계의 '아웃사이더', '브라질의 트럼프' 등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에 따라 브라질이 또 한 번의 정치적, 사회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1955년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난 그는 1971~1988년 육군 장교로 복무했고 전역하고 나서 1988년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1990년부터 7차례 연속해서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특히 2014년 연방의원 선거에서는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2014년 선거의 성공으로 보우소나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찌감치 2018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올해 대선 정국 초반에 보우소나루는 사실상 아웃사이더나 마찬가지였다. 연방의회에서 한 발언은 코미디의 소재가 되기 일쑤였으며, 당시만 해도 그를 대권 주자로 주목하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초부터 터져 나온 부패 스캔들과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정국혼란, 치안불안은 보우소나루에게 대권 도전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대선 출마를 위해 올해 초 기독교사회당(PSC)에서 사회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긴 그는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며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꾸준히 인지도를 높였다. 대선 출마에 앞서 SNS에서는 보우소나루의 인기가 다른 모든 정치인을 압도했고 지난 7월 사회자유당은 그를 대선후보로 결정했다.

보우소나루는 대선에 출마하면서 '변화'를 모토로 내세웠다. 지난 7일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우리의 힘은 오직 진실과 국민의 지지"라며 브라질을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백인 기득권층과 중도 성향의 정당, 재계, 군부는 물론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중산층 서민들은 그에게서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했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터져 나온 'SNS 여론조작' 논란도 이런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한편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브라질 유권자들은 군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 후보의 과격한 발언들로 미뤄볼 때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지난 몇 년 간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그의 약속을 포용했다.

13년 간에 걸친 좌파 노동자당 집권 기간 중 발생한 부패와 범죄 만연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감과 함께 경제 침체까지 겹치면서 유권자들을 우익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들어 극우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군부독재 시절 때의 상황에 대한 보우소나루의 칭송, 여성과 흑인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 치안 확보를 위한 군 투입 및 발포권 승인 등 보우소나루의 과격한 발언 등으로 브라질의 인권이 후퇴하고 민주주의가 훼손될 것이라며 브라질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7일 치러진 대선 1차투표에서도 46%의 득표율로 29% 득표에 그친 아다지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1위로 결선투표에 올랐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때 18%포인트까지 벌어졌던 보우소나루와 아다지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10%포인트 안팎으로까지 좁혀졌지만 아다지 후보는 끝내 이 같은 격차를 극복하는데 실패했다.

28일 많은 브라질 국민들은 보우소나루의 승리에 환호했다. 라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는 사람들이 그의 승리를 축하하는 불꽃놀이를 벌였으며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시내를 질주했다. 상파울루에서도 거리로 쏟아져나온 인파들이 폭죽을 터트리며 보우소나루의 승리를 축하했다.

상파울루에서는 그러나 승리한 보우소나루와 패배한 아다지 후보의 지지자들 간에 충돌이 빚어져 시위진압 경찰이 두 지지자들 사이를 갈라놓아야만 했다.

한편 미주기구(OAS) 선거감시단장을 맡은 라우라 친칠라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 발생한 당파적인 폭력 사태들에도 불구하고 28일의 선거는 차분하고 질서있게 치러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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