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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양진호 '엽기 행각', 왜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나
이미영 기자  |  leemy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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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3  10: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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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당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폭행·엽기행각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디지털성범죄 혐의에 대한 철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영 기자]전(前) 직원을 사무실 안에서 무차별 폭행하고 직원 연수회에서 산 닭을 석궁으로 쏘도록 강요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은 최근 발행한 일이 아니다. 2~3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스마트폰·SNS 등 손쉬운 정보 취득·저장·전달 채널이 발달해 사소한 일들도 빠르게 전파되는 시대에 양 회장처럼 사회적 위치가 있는 인물의 황당한 비위 행태가 이제야 드러난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는 조직 내 폐쇄적인 시스템을 형성하는 인맥 채용과 위디스크의 군대식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0일 탐사그룹 '셜록'이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와 함께 영상으로 공개한 양 회장의 전 직원 폭행은 2015년 사건이다. 양 회장이 직원들에게 석궁과 일본도로 산 닭을 죽이라고 강요하는 영상도 2016년 위디스크 워크숍에서 찍힌 영상이다.

그 외에도 양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컬러 염색을 강요하고 폭언을 일삼고 심지어 사무실에서 비비탄까지 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엽기적'이란 표현이 무리가 아닐만큼 느껴지는 양 회장의 행각을 보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다른 사건들도 많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도 이 같은 점을 염두해두고 2일 양 회장 자택, 사무실 등 10곳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펼쳤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알려질 수 있었을까.

사건이 발생한 위디스크는 비록 직원 수는 50여명 정도로 적지만 국내 웹하드 1, 2위 업체다. 업계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내부 소식 등이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작은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나 임원의 사소한 갑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알려져 큰 파문을 부르는 시대다. 개인 SNS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억울함을 표현할 수 있는 창구는 여러 곳에 열려 있다.

하지만 양 회장은 자신의 그릇된 행동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두고 있었다.

먼저 그는 '인맥 채용'을 통해 직원을 뽑아 내부 입단속을 철저히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디스크 내부 직원들은 대부분 양 회장의 동생 진서씨의 대학 후배들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의 한 체대 출신인 진서씨는 학교의 추천을 받아 직원을 채용했다.

양 회장의 고압적 태도와 폭력적 카리스마, '복종'으로 대변되는 사내 군대식 문화가 맞아떨어지면서 폐쇄적인 분위기가 공고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위디스크에서 근무했던 한 내부 직원에 따르면 양 회장은 직원들을 시켜 각종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했다. 임원들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에게 영상이 전달되기도 했다. 외부로 유출하기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그렇게 된 적은 없었다.

양 회장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두려움에 길들여진 조직 구성원들이 전파할 엄두 자체를 내지 못한 것이다. 폭행 당하는 영상이 공개된 전 직원의 경우, 위디스크 인터넷 고객 게시판에 익명으로 댓글을 달았다가 양 회장이 댓글 IP주소 추적을 통해 이 직원이 작성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참혹한 폭행까지 당했다.

양 회장은 사내 구성원들이 다 알 수 있도록 공개된 사무실에서 다들 똑똑히 보란 듯이 전 직원에게 수차례 따귀를 날리고 무릎을 꿇린 채 뒤통수를 때리고 욕설하며 공포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성했다. "죽을 줄 알아" "살려면 똑바로 사과해" "그럼 뒤져(죽어). 이 XX놈아"와 같은 서슬 퍼런 표현으로 윽박지르기도 했다. 자신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끔찍한 후환이나 보복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다들 입 다물고 순종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실제 양 회장의 만행을 제지한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지인 채용은 예나 지금이나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라며 "위에서 불의한 일을 저질러도 데려온 사람들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육시설 원장이나 이사장들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을 데려와서 심는 사례들의 신고가 들어오곤 한다"면서 "이런 곳은 직원들한테 갑질을 해도 훨씬 더 깊이 곪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명 기업리뷰 사이트 잡플래닛을 살펴보면 수직적인 군대문화가 만연했던 위디스크 내부 정황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잡플래닛에 따르면 위디스크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원인터넷서비스의 총 평점은 5점 만점에 1.8점에 불과하다. 특히 '사내 문화'와 '업무와 삶의 균형'에 대한 점수가 각각 1.4점으로 가장 낮았다. 다음으로는 '경영진'에 대한 점수가 1.5점, '복지 및 급여'에 대한 점수가 1.6점이다.

자신을 IT·인터넷 직무에서 근무한 전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달 30일 위디스크에 대해 "전형적인 꼰대마인드의 대표가 있는 한 발전은 고사하고 후퇴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양 회장 폭행 영상 사건이 불거진 이후 올라온 글이다. 그는 "사원은 회사의 내부 손님인데 소모품으로 생각하며 눈 밖에 나면 소모품도 아닌, 다 쓴 껍데기 쓰레기 취급을 한다"고 비판했다.

IT·인터넷 직무로 근무한 전 직원은 지난달 8일 이 기업에 대해 "군대식 꼰대문화의 절정, 출근은 있지만 퇴근은 없다"고 표현했다.

서비스·고객지원 직무였다는 전 직원은 "모든 일이 오너 및 임원들 위주로 돌아가고 언제 잘릴지 모른다"면서 "술, 회식, 담배 엄청나게 하고 남들에게 권한다"고 적었다.

뒤늦게나마 그간의 악행이 폭로된 양 회장은 조만간 수사기관에 출석하고 법의 심판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양 회장이 실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터넷기술원그룹 5개 계열사(한국인터넷기술원, 한국미래기술,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선한아이디, 블루브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곧 착수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해 점검하며 특히 소속 직원들에 대해 추가적인 폭행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확인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사법처리, 과태료 부과 등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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