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에서 열린 '용산기지 첫 버스투어'에서 참가자들이 일본군 장교 숙소로_ 지어진 한미합동 군사지원단 쟈스멕케이(JUSMAG-K)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신소희 기자] 무려 114년간 갇혀있던 서울 용산미군기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이곳을 “아픈 역사와 평화 의지, 아름다운 미래가 함께 담긴 곳”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땅이면서 1백년 넘게 갈 수 없던 이곳 용산이 일반 시민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 2일 서울 용산미군기지에서 첫 ‘용산기지 버스투어’가 열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박순자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직접 버스를 타고 용산기지 내부를 둘러봤다.

버스는 사우스포스트 벙커와 용산총독관저 터, 위수감옥부터 한미연합사령부, 미합동군사업무단(JUSMAG-K)을 천천히 돌았다. ‘용산기지 버스투어’로 모두 8곳의 역사, 문화적 보존가치가 높은 이 시설물들을 둘러 볼 수 있다.

이날 안내를 맡은 김천수 용산문화원 용산문화실장은 “미군기지 내 1000여동의 건물이 있는데 100곳 넘게 폐쇄됐다”며 “내년 말까지 1000여동의 80%가 폐쇄 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군기지 내 121병원 앞을 지나며 “121병원은 침대가 300개 넘는 종합 병원”이라며 “지난 1971년에 부평에서 넘어오면서 경기도에 있던 상인들도 함께 넘어와 이들이 이태원에 정착해 이태원 발전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버스는 위수감옥에서 하차했다. 위수감옥은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군 감옥이다. 1909년에 완공돼 감옥으로 사용되다가 광복 후 이태원 육군형무소로 사용됐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가 이곳을 거쳐 갔다.

▲ 사진은 일제시대 일본군 감옥인 위수감옥.
지금까지 감옥을 둘러싼 벽돌담장과 내부의 일부 건물들이 당시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6.25전쟁의 상처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위수감옥 외벽에는 총탄으로 파해 처진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김천수 실장은 “일제 강점기 역사와 해방, 분단, 냉전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있다”며 “이런 탄환자국들은 주한미군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버스는 1970년대 한국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를 지나 조선왕조 초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남단’까지 지나 두시간여의 투어를 마무리했다.

정부는 일제강점기 시절 역사적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이 곳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용산기지 버스투어는 이날 1차 투어에 이어 이달 8일과 16일, 30일, 다음달 7일과 14일까지 모두 6차례 진행된다. 참가신청은 용산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접수하면 된다. 신청기간은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 9일간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