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 회장의 관련 영상
 [신소희 기자]"회식 자리에서 직장 상사가 소주병을 거꾸로 쥐어 잡고 저를 가격하려고 했습니다" "바깥이 다 보이는 유리창으로 된 영업부스 내에서 상사가 제 목을 졸랐어요" "사무용 커터칼로 저를 찌르는 흉내를 내는 상사도 있었습니다"

4일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가 공개한 사례들을 보면, 수위만 조금씩 다를 뿐 직장 내 ‘양진호’는 곳곳에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10월 한달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25건 중 위 사례처럼 폭력·폭언·모욕 등 악질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이른바 ‘양진호 갑질’ 사례가 2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이메일 제보 중 폭행과 악질 폭언, 황당한 잡무 지시에 해당하는 '양진호 갑질'은 23건이었다. 존중해야 할 회사 직원을 하인으로 여겨 폭행이나 폭언, 엽기 갑질을 일삼는 '우리 회사 양진호'는 곳곳에 있었다"고 밝혔다.
  
공개된 제보 중에는 다음과 같은 갖가지 갑질 사례가 담겨있었다.

▲영업직에서 일하고 있다. 실적에 관해 상사가 인격 모독과 협박을 일삼는다. 실적이 나쁘면 전화해 "능력도 안 되는 게 능력 있는 척 하지 말아라. 능력 안 되면 몸빵이라도 해야지 XX" "아 XX, 대가리 안 쓰냐? 내가 입에 걸레를 물어야 돌아가냐?" "미친 X"  "너네들 어차피 갈 데 없잖아" 등 
 
▲1박2일 동안 연수를 다녀왔는데, 연수 전 부터 전직원에게 이사장에게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편지쓰기를 시켰다. 편지는 명단으로 관리하며 누가 썼는지, 쓰지 않았는지까지 관리했다. 새벽까지 일정을 진행하고는 새벽 6시에 운동회를 한다며 아파도 나와야한다고 강제로 불러냈다.

▲미용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부당 해고를 당했다. 또 월급 10만원 인상 대신 미용 용품을 일정 금액만큼 받기로 했는데, 그 물건도 다 두고 나가라고 했다. 항의하니 "어차피 내 가게인데 들고나가면 절도죄로 신고할 것"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업무 중 벗어놓은 재킷에서 상사가 생리대를 꺼내 흔들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또 점심 회식을 할 때마다 "○○(제보자)는 빼고 가"라고 얘기해 이유를 묻자 "넌 먹을 자격 없다" "넌 밥값을 못한다"라고 답했다. 이같은 발언이 모욕적이라고 항의하자 "너 기분 나쁘라고 일부러 하는 얘기"라고 했다.

▲주유소에서 5개월간 일했는데 사업주 개인 텃밭에서 막노동을 시켰고, 쉬는 날에도 전화해서 일을 나오라고 했다. 거절하면 화내고 폭언하고 욕했다. 사업주와 친인척인 손님에게 얼굴을 맞았는데 업무적으로 괴롭히면서 합의를 종용했고, 경찰에 신고한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을 겪고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진료 상담을 받아 처방 약을 지속해서 복용 중이다.

직장갑질119는 "직원에게 살아있는 닭을 활로 쏘게 하고, 활을 잘 쏘지 못하는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벌칙으로 일본도로 생닭의 목을 내리치게 하는 엽기 갑질 양 회장은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가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폭행만을 처벌한다. 폭언이나 엽기 갑질은 처벌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근로기준법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상사의 갑질을 처벌하지 않는다. 물컵 폭행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전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씨가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현실"이라며 "국회 법사위는 '양진호 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하며,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한다면 직장인들이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초 국회에서는 조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산안법 등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위를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이 법은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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