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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시장 13년 '충돌史'
김승혜 기자  |  s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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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7  1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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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협이 노량진 수산시장 구시장 전역에 단전과 단수를 진행한지 하루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구시장이 어둑어둑한 가운데 상인들이 촛불을 켜고 장사를 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구(舊) 노량진 수산시장에 내려진 단전·단수 조치가 사흘째를 맞은 7일, 노량진 시장 운영사인 수협과 구시장 상인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구시장 상인들은 단전·단수 조치 이후 신시장 차량 출입로에서 농성을 벌이며 신시장 진입 경매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은 수협직원·경찰과 충돌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수협의 단수·단전은 이전 4차례에 걸친 명도집행에도 구시장 상인들이 자리를 포기하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취한 것이다.

구시장 자리는 2016년 3월 신시장 입주가 시작되면서 계약이 만료됐다. 신시장 준공계획을 위해 구시장 건물을 허물고 도로를 새로 놓는 등 추가 공사가 남아있지만 구시장 상인들이 신시장 입주를 거부하며 2년 넘게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구시장 상인들과 수협 사이 갈등의 씨앗은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하고 현대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2005년부터 심어졌다.

구시장은 1971년에 지어진 뒤로 제대로 된 보수공사 없이 노후화되면서 2004년 건물안전사고 위험평가에서 안전등급 C등급을 받았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는 이를 배경으로 전국 어민들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수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작된 정책 사업이다. 투입된 비용만 국비 1540억원 등을 포함해 총 2241억원이다.

애초 수협은 신시장을 복층건물로 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복층 건물을 지어 시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은 부산 자갈치시장과 서울 장지동 가든파이브 등의 실패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며 현대화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2009년 2월부터 7월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복층화반대집회를 열었다.

수협은 이 같은 상인들의 반발에 1층에 경매장과 소매장을 평면배치하고 평수를 1.5평으로 줄인 설계를 제시해 2009년 7월 구시장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수협이 2012년 4월 신시장 지형도면을 고시하자 이번에는 중매·도매인조합을 중심으로 반대가 일어났다. 이들은 신시장에 마련된 잔품처리장 크기를 넓혀달라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현대화사업을 백지화하고 구시장을 재건축해달라는 집회를 열며 신시장 건축에 반기를 들었다.

신시장 건축이 계속해서 지연되자 국회가 중재에 나섰다. 국회의원 주관 토론회를 열어 리모델링 방안의 비현실성, 과거 의견 수렴과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 노량진 구시장 이전 갈등과 관련해 수협이 사전고지 후 시장 전역에 단전 및 단수를 시행한 5일 오후 서울 노량진 구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농성과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중매·도매인조합 측은 잔품처리장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확약했다. 아울러 2012년 12월 공사착공을 앞두고 국회 차원에서 정부, 수협, 시장종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간담회'를 개최해 원계획대로 신시장 착공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신시장 완공을 앞둔 2015년 9월 입주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상인들과 수협은 다시 갈등을 빚었다. 1.5평 공간이 너무 좁고 임대료 또한 구시장에 비해 두 배나 비싸다며 입주계약 거부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구시장 상인들은 상인생계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신시장의 협소한 공간과 비싼 임대료를 문제 삼으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이전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수협 측은 상인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구시장과 신시장은 모두 1.5평으로 같은 크기"라며 "다만 구시장은 상인들이 주변 복도 등을 이용해 계약한 공간보다 넓게 쓰고 있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또 "임대료 역시 수산시장 소매상인들이 연평균 2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걸 감안하면 구시장 A급 기준 임대료가 34만원인 게 무척 저렴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협은 2016년 1월 신시장 입주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상인들의 이전 반대가 계속되며 2개월 미뤄진 3월 일부 상인들만 신시장에 입주하게 됐다. 상인이 수협 직원과 경비업체 직원에게 칼부림까지 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수협은 신시장 이전을 위해 법원 소송까지 불사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구시장 상인들이 옛 시장터에서 계속 버티는 것은 사실상 무단 점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수협은 본격적인 신시장 이전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구시장 명도집행을 모두 4차례나 시도했으나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와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을 비롯한 수백명의 상인들 저항에 매번 무산됐다.

수협 관계자는 "현재 구시장에 남아있는 256개 점포는 대부분 1호선에서 시장에 오는 빠른 길, 즉 자리가 좋은 A급 매매장"이라며 "신시장에 오게 되면 다시 추첨하고 배정받게 돼 상권이 좋은 지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해 반발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구시장 상인들은 수협의 단수·단전 조치가 시작되자 시설 정상화를 요구하는 집회에 돌입했다.

5일 열린 집회에서는 오후 6시 들어 한층 격렬해지며 수협 소속 경비업체와 상인들 간 시비가 수차례 연출됐다. 상인들과 수협 측은 욕설과 몸싸움까지 벌이기도 했다.

구시장 상인들은 자정마다 신시장에서 이뤄지는 수산물 경매를 막기 위해 신시장 차량용 출입구를 봉고차량으로 봉쇄하기도 했다. 경찰이 오후 9시17분께 3차 자진해산 명령내리자 얼마 안 있어 상인들은 스스로 자리를 떠나며 경매는 차질없이 진행됐다.

집회의 열기는 6일 오전 1시께에 접어들면서 소강 상태로 들어섰지만 상인들은 "전기와 수돗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되기 전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협 역시 협상은 없다고 밝히며 오는 9일까지 구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신시장 이전 신청서를 받는다. 구시장 자리는 이달 9일에서 15일에 걸쳐 철거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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