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한 교회 목사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러 명의 여성 신도에게 수년간 ‘그루밍(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경찰서 입구에서 피해자들의 대리인 정혜민 브릿지임팩트 목사, 김디모데(오른쪽) 예하운선교회 목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 '그루밍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인천 S교회 김모 목사가 피해자 3명과 대화를 나눈 녹음 파일이 9일 공개됐다.

이 대화는 피해자들이 서로 김 목사의 만행을 알게 된 이후 나눈 것이다. 김 목사가 피해자 3명에게 질책을 당하면서,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들과 관계를 가진 정황을 인정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브릿지임팩트 정혜민 목사와 예하운선교회 김디모데 목사는 지난해 6월 말에 녹음된 24분 분량의 파일을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여기서 김 목사는 피해자들 앞에서 피해자 중 1명인 A씨와 처음으로 관계를 갖게 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김 목사는 "내가 처음으로 너희 집 갔던 걸 나도 정확히 기억한다"면서 "새벽엔가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이 문을 자꾸 열려고 해서 힘들다고 연락했었다"고 말했다.

A씨도 이 상황에 대해선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김 목사가 "그래서 그때 거기 있다가 어떻게 해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어"라고 말하자, A씨는 "들어왔다가 그냥 나왔다고? 들어와서 자고 갔어 XX야”라고 반박한다.

이어 A씨는 "너는 그냥 그게 아무 사이가 아니니? 아무리 목사랑 성도랑 관계라고 해도 같이 잠을 자니? XXXX야"라면서 "그리고 나 그때 열여덟 살이었어, 그 일 있고 나서 나한테 미안하다고 연락했었지 XXX야"라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A씨의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정확히 기억난다" "알아, 잘못했다고 얘기했잖아"라며 인정하는 답변을 했다. 

이 외에도 파일에는 다른 피해자들이 다수와 관계를 가진 김 목사에게 입은 정신적 피해를 토로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김 목사는 이 같은 피해자들의 공격에 대해 "잘못된 게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나도 사실 의도로 그랬었던 건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그는 또 "내가 두 명 동시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걸 이상하게 느끼겠지만, 나도 혼란스러운 부분이 조금 있었다"면서 "보호자처럼 챙겨주고 하는 게 행복하고 너무 좋았다"라고도 했다.

김 목사에게는 지난 10년간 10대 신도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성추행은 물론 성관계까지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9일 피해자 측 조사를 진행한 후 정식 수사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7일에는 김 목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한편 정 목사와 김디모데 목사는 이날 부평경찰서 앞에서 "국회에서는 '그루밍 성폭력' 관련 법 제정을 서둘러 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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