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군 GP
[김홍배 기자]“남과 북이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휴전선 감시초소(GP) 각 11개를 철거한다고 하는데 이를 무조건 철거할 것이 아니라 전쟁의 교훈과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우는 학습장, 시민들의 공간으로 보전·활용해야 합니다.”

정성헌(사진) 사단법인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은 8일 ‘전쟁과 대결의 전초기지 GP를 평화와 생명의 배움터로 전환하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남과 북이 각각 GP 11개를 철거하기로 했는데 국방부가 나무를 심고 생명 교육장으로 하자고 할 수가 없으니 모두를 못하더라도 몇 군데라도 그렇게 만들어보자”며 이렇게 말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 정 이사장은 “다 파괴해서 없애 버리는 ‘빨리’에 빠져 일을 하지 말고 ‘제대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 남북은 10일 상호 시범 철수하기로 한 GP(감시초소) 11개소에서 병력과 화기를 모두 철수키로 했다.

당초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 내 1㎞ 이내로 근접한 11개 GP를 연말까지 시범적으로 철수하기로 했지만, 지난달 26일 열린 제10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이달 말까지 완전 파괴하기로 일정을 앞당겼다.

남북은 지난 4일부터 11개 시범 철수 GP에 대한 명확한 식별과 검증을 위해 모든 시범 철수 GP에 가로 4m, 세로 3m 크기의 황색수기를 게양한 상태다.

남북은 이곳의 병력과 화기를 모두 철수한 뒤 굴착기 등을 이용해 GP를 완전 파괴할 계획이다. 남북은 군사합의 당시 폭파 방식으로 GP를 파괴하기로 합의했지만 환경문제와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측에서는 일부 폭파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남북은 GP 11곳 중 1곳의 시설물을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보존할 계획이다. 우리 측은 역사적 상징성과 보존가치, 향후 평화적 이용 가능성 등을 감안해 동해안 고성지역에 위치한 GP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고성지역 GP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최초 건축된 GP로 북측 GP와 불과 580m 떨어져 있다.

국방부는 고성지역 GP가 금강산, 동해안, 감호 등과 연계해 평화적 이용 가능성이 높고, 동해선 남북도로와 근접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북측은 자체 판단 기준에 따라 중부지역의 GP 시설을 남기기로 했다. 북측이 보존하는 시설로는 철원지역 GP 등이 거론된다.

남북은 이달 말까지 GP 완전파괴 작업을 완료한 뒤 다음 달 상호 검증을 통해 모든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2월 말까지 시범철수가 완료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지속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