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선물위원회 결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5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 가능성이 있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론"이라고 반겼다.

심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참여연대 등과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발전과 재벌개혁의 이정표 하나가 생긴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심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2월에는 특별 감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책임과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며 "그간 이 문제를 제기하고 다루는 과정에서 상장요건의 변경이나 재감리 지시 등 금융위의 편파적이고 노골적인 행태에 무척 놀랐다"고 했다.

다만 "이번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피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세간에 삼성을 위한 삼성위원회라는 불명예 딱지를 금융위원회 스스로 떼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계기로 삼성이 과거 낡은 방식을 청산하고 그야말로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국민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심상정입니다.
  
오늘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참여연대와 함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먼저 오늘 참석하신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성인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신 홍순탁 회계사님 나오셨습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은정 팀장님이 나오셨습니다.
  
오늘은 별도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하지 않고, 이 문제와 관련해 협력했던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각자 이번 삼성 바이오로직스 결정과 관련된 입장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제가 한 말씀 드리고, 홍순탁 회계사님, 전성인 교수님, 김은정 팀장님 순으로 말씀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조 5천억의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6년 여기 계신 참여연대와 처음으로 제가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2017년 2월 바로 이 자리에서 특별 감리 요청을 했습니다. 당사자로서 어제의 결정이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발전과 재벌개혁의 이정표 하나가 생긴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제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은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론입니다. 진즉에 내려졌어야 할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이 결정이 나오는 데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2년 전인 2016년 11월, 저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민연금 투자회의록을 공개함으로써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비정상적인 결정이 있었고 그 판단근거로 제시된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상장 가능성은 분식회계에 의한 것이라고 제기한 바 있습니다. 또 별도의 지배력 변경 사유가 없음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해서 4조 5천억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회계처리했고, 이는 2015년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에 있어서 불공정한 합병비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결국 이 모든 부정과 불공정의 배후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있다고 저희가 판단했습니다.
  
제가 이 문제에 집중해온 첫 번째 이유는 금융시장에서 정경유착과 불공정거래가 근절되어야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절박한 생각에서였습니다.
  
저는 이번 삼성 바이오로직스 4조 5천억의 분식회계가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인지 궁금하다면 미국의 엔론 사태를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01년 미국 기업 엔론은 당시 15억 달러, 1조 4천억 원의 분식회계가 드러나서 붕괴된 바 있습니다. 당시 회계법인 아더앤더슨이 해체되었고, CEO인 제프 스킬링은 24년 4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미국이 금융과 자본시장의 선진국으로 인정되는 이면에는 이런 원칙을 세우는 혹독한 과정을 통해서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재벌의 불법 승계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은 청와대와 부당거래를 했고, 국민의 노후자금이 동원되고 또 경제 질서는 심각하게 교란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이 강력한 기득권을 이용해서 정경유착과 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은 재벌개혁의 작은 단추 하나가 채워진 것으로 평가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삼바 분식회계 과정을 보면서 또 하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책임과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번 삼바 분식회계 건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 혁신의 바로미터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간 이 문제를 제기하고 다루는 과정에서 상장요건의 변경이나 재감리 지시 등 금융위원회의 편파적이고 노골적인 행태에 저는 무척 놀랐습니다. 2016년 12월 8일 삼바의 특혜 상장에 대한 저의 질의에 대해서 당시 금융위원회의 임종룡 위원장은 상장요건 변경이 삼성을 위한 것임을 부정하지 않고 당당했습니다. 기업의 내부통제나 회계 및 자본시장 감독이 부실하면 금융시장의 신뢰도는 하락하고, 그 결과 자본시장의 발전은 요원할 것입니다. 이번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피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세간에 삼성을 위한 삼성위원회라는 불명예 딱지를 금융위원회 스스로 떼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금융당국이 원칙을 바로 세울 때 자본시장의 발전은 물론이고 국민적 신뢰가 쌓이리라 생각합니다. 금융위원회의 책임과 성찰, 그리고 개혁이 뒤따르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대해서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하니까 이제 판단은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결정을 유지하기 위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합니다. 삼성물산 합병 처리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도 촉구하는바 입니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이번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결정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입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소비자 보호의 책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철저하고 신속하게 필요한 조처를 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에 당부드립니다. 삼성의 변화 없이 대한민국의 변화 없다는 생각에 따라 삼성의 변화에 가장 집요하게 적극적으로 노력해온 한 사람입니다. 삼성 백혈병 문제를 중재한 당사자로서, 또 S 전략문건으로 삼성의 노사관계 변화를 촉구한 당사자로서 최근 삼성의 작은 변화에 대해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계기로 삼성이 과거 낡은 방식을 청산하고 그야말로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국민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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